한국 어선 타는 값 1300만원, 빚부터 지는 이주 선원
인도네시아 선원이 한국 갈치잡이 배에 오르려 1300만원을 냈다. 최저임금 5년치를 빚내 치르는 송출비용과 이탈보증금, 수협이 방치한 다단계 브로커 구조를 짚었다.
한국 어선에 오르는 값이 왜 1300만원인가?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 출신 39세 선원 부디(가명)씨는 한국 갈치잡이 배에 오르기 위해 1억6000만 루피아, 약 1300만원을 현지 인력 송출업체에 냈다. 절반은 송출비용, 나머지 절반은 계약을 못 채우면 돌려받지 못하는 이탈보증금이었다. 고향 인드라마유의 월 최저임금이 약 20만원이니 5년 치 임금을 선불로 치른 셈이다. 뉴스타파와 인도네시아 자링, 환경정의재단이 함께 추적한 이 구조의 꼭대기에는 제도 운영을 위탁받은 수협중앙회가 있다.

목차
한국 어업은 왜 이주 선원에게 기대게 됐나?
어업으로 생계를 잇는 어가 인구는 2010년 17만명에서 2024년 8만3000여명으로 절반 아래로 줄었다. 그중 67%가 60대 이상이다. 새벽 3시부터 밤 9시까지 이어지는 선상 노동은 기피직종이 된 지 오래고, 한국인 선원의 신규 유입은 사실상 한계에 닿았다. 그 빈자리를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온 사람들이 메웠다. 20톤 이상 연근해 어선에 타는 선원 1만8097명 가운데 9517명이 외국인이다. 갈치와 고등어처럼 한국인 밥상에 매일 오르는 생선 대부분이 이들의 손을 거친다.
Korea's fishing households halved from 170,000 in 2010 to about 83,000 in 2024, with 67 percent aged 60 or older. Migrant crew now make up more than half of all sailors on coastal vessels over 20 tons.
같은 바다인데 왜 비용이 다섯 배 벌어지나?
외국인 어선원의 입국 경로는 배의 톤수를 기준으로 갈린다. 20톤 미만 어선은 고용노동부의 고용허가제(E-9), 20톤 이상은 해양수산부의 외국인선원제(E-10-2)다. 2007년부터 굳어진 이원화 체계다. 고용허가제는 정부가 송출국과 양해각서를 맺어 실비 위주로 받는다. 수협중앙회 연구가 파악한 금액은 1회 평균 약 900달러, 우리 돈 128만원 수준이다. 반면 외국인선원제는 민간 송출업체가 지원자에게 직접 4900달러 한도로 걷는다. 같은 연근해에서 일할 사람을 들여오는데 20톤이라는 경계 하나로 취업 비용이 다섯 배 넘게 벌어진다.
문제는 이 상한이 고무줄이라는 데 있다. 공익인권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조사해 본 결과 많은 경우 1700만~1800만원 정도를 내고 한국에 온다"고 말했다. 상한 밖에 있는 이탈보증금이 별도로 붙기 때문이다. 이탈보증금은 국제노동기구(ILO)가 규정한 11가지 강제노동 지표 중 '채무 속박'에 정확히 해당한다. 인도네시아 현행법에도, 한국 표준계약에도 어긋나지만 여전히 걷힌다.
Crews on boats under 20 tons enter through the labor ministry's permit system at roughly USD 900, while those on larger vessels pay private brokers up to USD 4,900 — plus illegal runaway deposits that push the real total past 17 million won.
돈은 누구를 거쳐 어디로 흘러가나?
취재팀이 파악한 대출 구조는 이렇다. 선원은 고용계약서를 담보로 송출업체가 지정한 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에서 돈을 빌린다. 그런데 대출금은 선원 계좌가 아니라 송출업체 계좌로 곧장 들어간다. 배에 오르기도 전에 원리금 상환 의무부터 짊어지는 것이다. 부디씨는 총액만 통보받았을 뿐 세부내역서를 받지 못했다. 한국 원양어선을 네 차례 경험한 베테랑 압두로힘(가명)씨도 같은 업체를 통해 같은 금액을 치렀다.
책임은 단계마다 아래로 내려간다. 해양수산부가 수협에 실무와 관리감독을 넘기고, 수협은 한국 민간 송입업체에, 송입업체는 해외 현지 송출업체에 넘긴다. 마지막 단계에서 불어난 비용은 선원이 떠안는다. 정작 고용주인 선주들은 이 돈의 존재조차 잘 모른다.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어선주가 모집·송출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국제 노동규범의 표준이지만, 한국에는 이를 강제할 규정이 없다.
수협도 문제를 안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은 2023년 정기 연구보고서에서 민간 송출업체가 직접 비용을 걷는 구조를 두고 "갑이라 할 수 있는 송출회사와 근로자의 계약임에 따라 과다징수 가능성이 높다"며 감독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oans are collateralized by the employment contract but disbursed directly to the broker, so workers start repaying before they board. Responsibility cascades from the ministry to the fisheries cooperative to private agencies, landing on the crew.
이 청구서는 결국 누구에게 돌아오나?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035년이면 외국인 어선원 수요가 약 4만명까지 늘고, 그 수요의 90% 이상이 연근해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채무 속박에 묶인 노동자가 지금의 네 배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국제사회의 시선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강제노동 정황이 있는 어선의 수산물을 항구에서 억류하는 유통보류명령(WRO)을 운용해 왔고, 중국 다롄 선단처럼 선단 전체를 대상으로 삼은 사례도 있다. 미 국무부 인신매매 보고서는 한국이 1등급을 유지하면서도 어선단 노동착취 보고에 비해 기소 실적이 없다는 점을 반복해 지적했다. 유럽연합의 강제노동 결과물 수입금지 규정은 2027년 12월 14일부터 적용된다. 한국은 ILO 어선원노동협약(제188호)을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주요 시장국과 국제 NGO의 모니터링이 이미 작동하고 있어 근로감독과 기준 준수에 대한 책임의식이 중요해졌다고 경고한다. 우리 식탁의 생선값에 포함되지 않은 비용이 수출 시장의 청구서로 되돌아올 수 있다.
Demand for migrant fishers may reach 40,000 by 2035. With US withhold release orders already in use and the EU's forced labour import ban applying from December 2027, the unpaid cost could return as a trade b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