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물어본 살인 계획, 법정 증거가 됐다
강북 모텔 약물살인과 파주 냉동창고 사건 피의자가 범행 전후 생성형 AI에 남긴 질문이 계획성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됐다. AI 대화록 수사 활용과 사생활 보호의 경계를 짚었다.
왜 범죄 피의자들이 AI에 먼저 물어보는가?
강력범죄 피의자들이 범행 전후로 생성형 AI에 남긴 질문이 잇따라 수사 기록에 등장하고 있다. 강북 모텔 약물살인 사건의 김소영은 챗GPT에 수면제의 치사성을 물었고, 파주 냉동창고 사건 피의자는 피해자를 가둔 직후 AI에 인체 변화를 질문했다. 검색창 기록과 달리 대화형 AI는 질문자의 조건과 정황에 맞춰 답을 이어가기 때문에, 범행 구상 과정이 그대로 로그에 남는다. 역설적으로 이 기록은 법정에서 계획성과 고의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되고 있다.

목차
검색창과 대화형 AI는 무엇이 다른가?
포털 검색은 단어를 던지면 링크 목록을 돌려준다. 반면 생성형 AI는 질문자가 제시한 구체적 조건을 받아 그 상황에 맞는 답을 만들어내고, 되물으면 다음 단계까지 이어서 조언한다. 수사기관이 주목하는 지점이 바로 이 대화의 연속성이다. 단발성 검색어는 호기심으로 해명될 여지가 있지만, 조건을 바꿔가며 묻고 답을 확인한 뒤 다시 되묻는 흐름은 의사결정 과정 자체를 드러낸다.
경찰은 피의자의 휴대전화와 PC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웹 검색 기록뿐 아니라 생성형 AI와의 대화록을 집중 확보하고 있다. 피의자가 우발적 범행이었다거나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해도, 범행 이전에 무엇을 물었는지가 남아 있으면 그 주장은 힘을 잃는다.
Unlike keyword search, conversational AI preserves the full reasoning chain behind a crime. Korean investigators now routinely extract chatbot logs alongside browser history during forensic analysis.
AI 대화록은 어떻게 스모킹건이 됐나?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4부는 강북 모텔 연쇄 약물살인 사건의 김소영에게 무기징역과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챗GPT 등을 통해 약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조건을 인식하게 됐다고 판단해 살인의 고의를 인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피해 남성이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지자 곧바로 "약물 검사에서 항우울제와 수면제가 나올까"라고 물었고, 다른 피해자를 만나기 전에는 "수면제 많이 먹는다고 사람이 죽냐"고 질문해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과실치사나 유기치사로 처벌될 경우의 법정형까지 확인한 정황도 드러났다.
파주 사건에서도 구도는 같다. 피의자인 30대 카페 점주는 범행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 새벽 냉동창고를 설치했고, 60대 여성을 가둔 직후 AI에 냉동창고 안에 사람이 있으면 어떤 신체 변화가 나타나는지 물었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은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우발적 범행이라는 피의자 주장과 반대되는 정황이 쌓이고 있다.
A Seoul court sentenced Kim to life imprisonment, citing ChatGPT logs as proof she understood the lethal potential of the drugs she administered.
해외 사례는 어디까지 왔나?
인도 벵갈루루 삼중 살인 사건의 주범은 약 6개월에 걸쳐 구글 제미나이와 대화하며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무기 종류, 시신 소각 방법, 혈흔 제거, 휴대전화 없이 은신하는 방법까지 물었고, 클라우드 키친 사업용으로 지으려던 화덕을 시신 소각에 쓸 수 있는지도 질문했다. 다만 살인 방법을 직접 묻는 대신 가정적 상황을 설정해 우회 질문하는 방식을 썼다. 경찰은 구글에 해당 계정의 대화 기록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반대로 AI 기업이 먼저 신고한 사례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25세 남성이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겠다는 계획을 챗GPT에 반복해 입력했고, 오픈AI가 이를 위험 대화로 분류해 FBI에 알리면서 지난 5월 체포로 이어졌다. 이 남성은 8월 13일 유죄를 인정해 보호관찰 8년과 전자발찌 2년 처분을 받았다. 브라질에서도 아들을 살해할 청부업자를 찾던 남성이 오픈AI 제보로 검거됐다.
그러나 이 감시 체계가 항상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캐나다 텀블러리지 총기 난사 사건 피해자 유족 일곱 가족은 오픈AI와 샘 올트먼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안전팀이 해당 계정을 수사기관에 넘기자고 권고했으나 대외 담당 임원이 이를 뒤집었다는 것이 유족 측 주장이다.
Cases from Bengaluru to Florida show both sides of the same system: AI logs as forensic evidence, and AI companies as gatekeepers who sometimes fail to act.
감시와 사생활의 경계는 어디인가?
한국은 올해 1월 22일 인공지능 기본법을 시행했고, 7월 21일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생성형 AI 사업자에게 투명성 확보, 안전성 확보와 위험관리, 설명 의무와 기록 보관이 요구된다. 다만 이용자 대화 기록을 어떤 절차로 수사기관에 넘길 수 있는지, 기업이 능동적으로 신고할 의무를 지는지에 관한 기준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오픈AI는 2026년 1월 1일 자로 적용되는 정책에서 사망이나 중대한 신체적 상해의 위험이 있는 긴급 상황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이용자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판단 주체가 사기업이라는 점이다. 실제 범행으로 이어지지 않은 질문이나 표현까지 감시와 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그 선을 누가 긋는지는 공백으로 남아 있다.
이용자들은 건강, 법률, 인간관계 같은 민감한 고민을 챗봇에 털어놓는다. 그 기록이 언제 어떤 절차로 법정에 등장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신뢰는 사용 습관보다 먼저 무너진다.
Korea's AI Framework Act took effect this year, but rules on when chatbot logs can be handed to police remain unsettled — leaving private companies to draw the 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