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빈 이혼 재산분할 2조5500억, 역대 최대 판결
서울가정법원이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권혁빈 CVO에게 보유 주식 35%와 현금 650억원을 배우자에게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2조5500억원 역대 최대 규모와 지배구조 파장을 짚었다.
법원은 왜 스마일게이트 주식을 직접 쪼개 나누라고 했나?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재판장 정동혁)가 9일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와 배우자 이모씨의 이혼 소송 1심에서 이혼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주식의 35%를 현물로 분할하고, 여기에 더해 현금 650억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이씨가 받게 될 재산은 약 2조5500억원 규모로, 국내 이혼 재산분할 사상 최대 액수다. 위자료 청구는 파탄 책임이 어느 한쪽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목차
이 소송은 어디서 시작됐나?
이씨가 이혼 소송을 낸 것은 2022년 11월이다. 첫 변론이 열린 것이 이듬해 11월이었으니, 선고까지 3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쟁점은 처음부터 하나였다. 스마일게이트라는 회사의 성장에 배우자의 기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가.
이씨 측은 창업 초기 자금과 경영에 참여했고, 회사 설립 당시 지분이 권 CVO 70%와 이씨 30%로 나뉘어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씨 지분은 2010년 텐센트에 전량 매각됐다. 권 CVO 측은 회사의 성장이 창업자 본인의 사업 판단과 경영 능력에서 비롯됐다는 논리로 맞섰다. 재판부는 양쪽 주장을 절충했다. 이씨가 스마일게이트의 전신인 스마일엔터 지분을 보유하고 이사로 등기됐던 사정, 장기간 가사와 양육을 전담한 사정을 인정해 지분을 분할 대상에 포함시키되, 분할 비율은 이씨 35%, 권 CVO 65%로 정했다.
The suit was filed in November 2022 and took nearly three years to reach a first-instance ruling. The court accepted that the spouse held shares in Smilegate's predecessor and served as a registered director, folding the company stake into divisible marital property.
현금이 아니라 주식으로 나누라는 판단, 왜 중요한가?
이번 판결에서 액수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분할 방식이다. 통상 법원은 재산분할을 할 때 재산을 명의자에게 그대로 두고 상대방에게 그에 상응하는 돈을 주게 하는 대상분할을 우선한다. 그런데 이번 재판부는 주식 자체를 넘기라고 했다.
배경에는 넉 달 앞선 대법원 판단이 있다. 대법원 1부는 2026년 5월 29일, 891억원대 분할 대상 재산 중 비상장주식이 753억원을 차지하는 사건에서 남편에게 현금 143억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비상장주식은 시장 가격이 없고 현금화가 어려운데도 현금 지급만 명하면 형평이 훼손된다는 취지였다. 대상분할을 우선 고려하되, 그것만으로 형평이 깨지면 현물분할을 함께 검토하라는 가이드라인이 이때 나왔다. 권 CVO의 순재산 약 7조3375억원 가운데 스마일게이트 주식 가액이 7조1049억원, 즉 96.8%를 차지한다. 주식을 팔지 않고는 2조원대 현금을 마련할 방법이 사실상 없는 구조다.
The court ordered an in-kind transfer of shares rather than a cash buyout, following a Supreme Court ruling on 29 May 2026 that cash-only settlements can be inequitable when unlisted stock dominates the estate.
숫자로 보면 어느 정도 규모인가?
이번 2조5500억원은 국내 기록을 새로 썼다. 직전 최고 기록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건이었다. 1심 665억원이 2심에서 1조3808억원으로 스무 배 넘게 뛰었다가, 2025년 10월 대법원이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환송했고 2026년 7월 24일 파기환송심에서 9440억원으로 정리됐다. 이번 판결은 그 확정 액수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회사 실적과 나란히 놓으면 체감이 달라진다. 스마일게이트는 2025년 매출 1조4365억원, 영업이익 3598억원, 당기순이익 302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5.6%,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0.1%와 36.2% 줄었다. 17년차 크로스파이어가 버텨 줬지만 로스트아크 매출 감소가 컸고, 신규 개발 투자로 비용도 늘었다. 한 해 영업이익의 일곱 배가 넘는 액수를 분할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규모는 또 달라진다. 제프 베이조스와 매켄지 스콧의 2019년 이혼에서 스콧이 받은 아마존 주식은 383억달러, 약 56조원이었다.
At 2.55 trillion won, the award more than doubles the 944 billion won finally set in the Chey Tae-won case. It also exceeds seven times Smilegate's 2025 operating profit of 359.8 billion won.
스마일게이트 지배구조는 어떻게 되나?
권 CVO는 20년 동안 계열사를 한 곳도 상장하지 않았고, 지주회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을 100% 보유해 왔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그 단독 지배 구조가 처음으로 깨진다. 다만 권 CVO가 65%를 유지하므로 경영권 자체가 넘어가지는 않는다. 바뀌는 것은 주요 의사결정에 다른 주주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다.
선택지는 넓지 않다. 기업공개로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준비와 심사, 공모 절차를 감안하면 최소 반년 이상이 걸려 단기 현금 조달책으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비상장 주식은 담보 인정 한도도 제한된다. 1심 판결인 만큼 항소 여부에 따라 액수와 방식이 다시 조정될 여지도 남아 있다. 최태원 사건에서 1심 665억원이 2심에서 1조3808억원이 됐다가 대법원을 거쳐 9440억원으로 내려앉은 전례가 그 변동 폭을 보여 준다.
If upheld, the ruling ends Kwon's sole ownership of Smilegate Holdings, though his remaining 65% keeps control intact. An IPO would take at least six months, leaving few short-term financing options.
이 판결이 남긴 진짜 질문은 무엇인가?
이번 사건을 액수 경쟁으로만 읽으면 놓치는 것이 많다. 2조5500억원이라는 숫자는 결국 스마일게이트가 20년간 한 번도 상장하지 않았다는 선택의 결과물이다. 시장 가격이 없는 회사는 평가받을 일도, 지분을 흔들릴 일도 없다. 그 폐쇄성이 오랫동안 창업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해 왔다. 그런데 이혼이라는 국면에서는 정반대로 뒤집혔다. 팔 수 없는 자산이 재산의 96.8%를 차지하는 순간, 현금으로 정산하라는 요구 자체가 비현실적인 명령이 되기 때문이다.
법원이 현물분할을 꺼내 든 것은 그래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인식의 전환에 가깝다. 그동안 가사재판은 기업 지분을 되도록 건드리지 않으려 했다. 경영권 분쟁을 법원이 만들어 낼 수는 없다는 조심스러움이 있었다. 5월 대법원 판단과 이번 1심은 그 조심스러움이 다른 쪽 당사자의 몫을 깎는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환금성이 없다는 이유로 분할 액수를 낮추는 대신, 지분을 실제로 나눠 형평을 맞추는 길을 택했다.
기여도 판단도 함께 봐야 한다. 재판부는 이씨의 몫을 35%로 정하면서 창업 초기 지분 보유와 이사 등기, 그리고 오랜 기간의 가사·양육 전담을 나란히 근거로 들었다. 창업자의 경영 능력을 65%라는 우위로 인정하되, 회사 밖에서의 기여를 회사 지분에 대한 권리로 환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비상장 오너 기업이 적지 않은 한국 산업 구조에서 이 논리는 앞으로 반복해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 1심이라는 한계는 분명하지만, 남은 심급에서 다투게 될 지점 역시 액수가 아니라 이 논리의 유지 여부일 것이다.
The record figure is less a story about wealth than about the cost of staying private for twenty years. By ordering shares split in kind, the court treated non-marketable equity as divisible rather than discounting the other party's cla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