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물가 불안 41곳 세무조사…탈루 혐의 1조원
국세청이 추석을 앞두고 배민·무신사·풀무원 등 41곳에 세무조사를 착수했다. 탈루 혐의액은 1조원 규모로, 원가 부풀리기와 역외 탈세를 정조준했다.
국세청은 왜 추석을 코앞에 두고 41곳을 동시에 들여다보나?
국세청이 9월 14일 먹거리와 생활 소비재를 다루는 업체 41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일제히 착수했다. 포착된 탈루 혐의액은 1조원 규모다. 조사 대상에는 배달의민족과 무신사, 풀무원처럼 이름만 들어도 아는 기업이 포함됐다. 원가가 올랐다며 가격을 올렸지만 그 원가가 진짜였는지, 그 사이 이익은 어디로 갔는지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목차
조사 대상 41곳은 어떻게 추려졌나?
조사 대상은 농축산물 유통업체 23곳, 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배달 플랫폼 16곳, 패션 플랫폼 2곳으로 나뉜다. 규모로 보면 중견기업 8곳에 중소기업 33곳이고, 이 중 2곳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다. 추석 성수기를 앞둔 시점을 고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장바구니 부담이 가장 크게 체감되는 때에 맞춰 가격 결정 구조 자체를 열어보겠다는 신호다.
국세청이 보는 핵심 혐의는 세 갈래다. 원가를 부풀려 가격 인상의 명분을 만들었는지,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이용해 이익을 빼돌렸는지, 그렇게 생긴 비용 부담을 소비자나 입점업체에 떠넘겼는지다.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은 "가격 인상의 명분이 되는 생산 원가의 적정성과 거래처와의 정상 거래 여부, 사주일가의 재산 형성과정을 중점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The National Tax Service opened simultaneous audits into 41 firms spanning food distribution, processed food, delivery apps and fashion platforms, with suspected evasion totaling about 1 trillion won. Regulators are testing whether the cost increases used to justify price hikes were real.
배민의 1000억원대 혐의는 무엇을 겨냥하나?
가장 무거운 혐의는 배달의민족에 걸려 있다. 국내에서 만든 1조원대 이익을 복잡한 자본 거래를 거쳐 독일 모회사로 넘기는 과정에서, 국내에서 원천징수했어야 할 1000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역외 탈세 혐의다. 해외 관계사에 업무지원 용역을 공짜로 제공하면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은 부당하게 공제받았다는 혐의도 함께 걸렸다.
이 구도는 낯설지 않다. 딜리버리히어로는 2020년 배달의민족을 약 40억달러에 사들인 뒤, 2023년 영업이익 6998억원 중 4127억원을 배당으로 가져갔고 2024년에는 영업이익 6408억원 중 5372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썼다. 2년간 독일로 흘러간 현금만 1조원을 넘긴다. 여기에 프로모션 비용을 수수료와 광고비 형태로 음식점과 입점 슈퍼마켓에 전가했는지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패션 플랫폼 쪽 혐의는 결이 조금 다르다. 무신사 등 2곳은 고의적 매출 누락,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광고비·용역비 과다 지급, 재고자산 고가 매입을 통한 원가 부풀리기 혐의를 받는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달 21일 성동구 본사에서 세무·회계 자료를 확보했고, 무신사는 이달 7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낸 상태다.
Baemin faces the heaviest allegation: roughly 100 billion won in withholding tax allegedly unpaid while over 1 trillion won in domestic profit moved to its German parent. Musinsa, meanwhile, filed for a KOSPI listing just weeks after investigators seized accounting records.
숫자로 보면 이 조사는 어느 정도 규모인가?
혐의 금액 1조원은 단일 기획조사로는 보기 드문 규모다. 대상 41곳 중 상당수는 중소기업이지만, 배민·무신사·풀무원처럼 소비자 접점이 큰 기업이 섞이면서 파급력은 숫자 이상이다. 조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주도한다. 특정 혐의를 포착한 뒤 투입되는 기획 세무조사 전담 조직으로, '국세청의 중수부'라 불리는 곳이다.
물가 지표도 조사 명분을 뒷받침한다. 2026년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고 음식·숙박은 2.8% 상승했다. 계란은 특란 30개 소비자가격이 7000원을 넘어 전년 대비 16~21% 뛰었다. 다만 여기엔 2025~2026년 동절기 조류인플루엔자 56건 발생과 산란계 살처분 1000만 마리라는 실제 공급 충격이 깔려 있다. 공정위는 이와 별개로 산란계협회의 기준가격 통지 행위에 과징금 5억9400만원을 부과했다.
풀무원에 대한 혐의는 원가 구조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원재료와 물류비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렸지만, 국내외 특수관계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제품 원가에 얹었다는 것이다. 관계회사 경비 대납, 국외 관계사에 무이자 자금 지원, 사주의 주식 무상 증여 미신고 혐의도 함께 적시됐다.
The 1 trillion won figure is unusually large for a single planned audit. Consumer prices rose 3.1% year-on-year in August 2026, while egg prices jumped 16-21% amid a record avian influenza season that complicates any simple story of profiteering.
조사 이후 무엇이 달라질까?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르는 건 플랫폼 규제의 속도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와 배달비 분담 강제 금지를 담은 법안이 잇따라 발의된 상황에서, 세무조사 결과는 입법 논의에 직접 연료가 된다. 을지로위원회 주도 상생협의체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사실상 멈춰 선 상태라, 국세청이 확인한 전가 구조는 규제 찬성 쪽 근거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무신사는 시점이 특히 미묘하다. 조사4국 자료 확보와 상장예비심사 신청이 한 달 안에 겹쳤다. 심사 과정에서 세무 리스크가 어떻게 평가되느냐에 따라 일정이 흔들릴 수 있다. 배민 역시 딜리버리히어로가 매각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터라, 1000억원대 추징 가능성은 기업 가치 산정에 그대로 반영된다.
다만 국세청도 선을 그었다. 현재 제기된 내용은 포착된 혐의일 뿐 탈세가 확정된 것은 아니며, 가격 인상이나 수수료 정책 자체가 곧 탈세를 뜻하지도 않는다. 실제 탈루 규모는 조사가 끝나야 확정된다. 차명계좌를 통한 수익 은닉 같은 조세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조세범칙사건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조사 대상 기업들은 "상황 파악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The audit lands as bills capping delivery app commissions move through the National Assembly, giving lawmakers fresh ammunition. The NTS stressed these remain allegations, with final figures pending, and cases may escalate to criminal tax proceedings if hidden accounts sur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