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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밥콕 "K조선과 손잡고 세계 해군시장 공략"

영국 방산기업 밥콕이 한국 조선업계를 전략적 파트너로 규정하며 제3국 해군시장 공동 진출을 제안했다. 함정 건조력과 MRO·전 생애주기 지원 역량을 결합하는 구상이다.

영국 밥콕은 왜 한국을 '판매시장'이 아닌 파트너라고 불렀나

영국 해군의 핵잠수함과 수상함을 수십 년간 정비해온 방산기업 밥콕인터내셔널이 한국 조선업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닉 하인 최고성장책임자 겸 해양부문 CEO는 한국을 장비를 팔 시장이 아니라 제3국 해군시장을 함께 열어갈 전략적 파트너로 규정했다. 한국의 함정 건조 속도와 밥콕의 함정 통합·유지보수 기술을 붙이면 글로벌 해군시장에서 통할 조합이 나온다는 계산이다. 최근 국내 조선사들이 미 해군 MRO 수주에서 성과를 내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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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밥콕인터내셔널은 어떤 회사인가

밥콕은 함정과 잠수함의 설계·건조부터 유지·보수·정비(MRO), 원자력 엔지니어링, 항공·육상 방산까지 아우르는 영국 방산 엔지니어링 기업이다. 스코틀랜드 로사이스와 잉글랜드 데번포트에 조선소를 운영하며, 영국 해군의 뱅가드급 전략핵잠수함과 아스튜트급 공격핵잠수함 정비에 참여한다. 자사 설계인 애로헤드 140(Arrowhead 140)을 기반으로 영국 해군 Type 31 호위함 5척도 건조 중이다. 이번 제안을 들고 나온 하인 CGO는 Type 23 호위함과 핵잠수함 HMS 탤런트를 지휘했고 영국 해군 참모차장인 제2해군경을 끝으로 전역한 인물이다.

Babcock International handles design, build and through-life support for the Royal Navy's surface fleet and nuclear submarines, operating the Rosyth and Devonport yards. Its growth chief, Sir Nick Hine, is a former Second Sea Lord and nuclear submarine commander.

두 회사의 강점은 어디서 맞물리나

협력 구상의 뼈대는 역할 분담이다. 한국 조선사는 납기와 원가를 지키며 플랫폼을 찍어내는 건조 역량에서 세계 최상위권이다. 반면 밥콕은 함정 통합과 임무체계, 그리고 설계 단계부터 정비성과 가용성을 설계에 반영하는 전 생애주기 지원에서 축적이 깊다. 하인 CGO는 이 둘을 결합하면 제3국 시장에 경쟁력 있는 해군 솔루션을 공동 제공할 수 있다고 봤다. 양측은 이미 KSS-Ⅲ 잠수함의 무장취급·발사체계에서 손발을 맞춰봤고, LPX-Ⅱ와 CVX 개념설계 단계에서도 한국 정부 연구조직 및 산업계와 설계 역량을 공유한 이력이 있다.

The proposed division of labour pairs Korean yards' build speed and cost discipline with Babcock's warship integration, mission systems and through-life support. The two sides already work together on the KSS-III submarine's weapon handling and launch system.

숫자로 보면 시장은 얼마나 큰가

시장조사기관 모도인텔리전스는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를 2026년 632억 7000만 달러로 추산하고, 연평균 3.09% 성장해 2031년 736억 6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력 추진 함정 정비와 드라이독 오버홀이 가장 수익성이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밥콕의 2026 회계연도(2026년 3월 결산) 실적을 보면 그룹 수주잔고는 98억 파운드, 해양부문 수주잔고만 28억 파운드다. 해양부문 매출은 8% 늘었지만 Type 31 사업에서 1억 4000만 파운드 손실을 인식하며 부담도 함께 드러났다. 국내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올해 들어 석 달여 만에 미 해군 MRO를 각각 2건씩 총 4건 따내며 지난해 전체 3건을 이미 넘어섰다.

The global naval MRO market is estimated at USD 63.27 billion in 2026, rising to USD 73.66 billion by 2031. Babcock closed FY26 with a GBP 9.8 billion order book, while Korean yards won four US Navy MRO contracts in roughly three months this year.

이 협력이 향할 곳은 어디인가

하인 CGO가 특히 강조한 것은 현지화다. 장비를 파는 데서 끝내지 않고 현지 인력을 교육하고 정비 역량을 이식하며 중소기업을 공급망에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밥콕은 폴란드 등에서 지식·기술 이전 프로그램 TOKAT을 적용해왔고, 자주국방 역량 강화와 수출 확대를 동시에 밀고 있는 한국 시장과 궁합이 맞는다고 봤다. 정부 차원의 판도 깔려 있다. 올해 1월 제27차 한·영 방산군수공동위원회가 열렸고 양국은 방산 과학기술 협력 확대를 위한 신규 양해각서 조기 체결에 뜻을 모았다. 밥콕이 그리는 다음 무대는 국방 수요가 늘고 해군 현대화가 진행 중인 아시아·태평양이다.

Hine put particular weight on localisation — training local workers, transferring maintenance capability and pulling SMEs into the supply chain, as Babcock's TOKAT programme has done in Poland. The 27th Korea-UK defence logistics committee in January agreed to fast-track a new science and technology MOU.

한국 조선은 왜 '건조사'에 머물면 안 되나

이번 제안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밥콕이 내민 카드가 배를 짓는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밥콕이 자기 몫으로 챙긴 영역은 함정 통합, 임무체계, 그리고 설계 단계부터 정비 주기와 가용률을 계산에 넣는 전 생애주기 지원이다. 바꿔 말하면 한국 조선업이 상대적으로 얇은 지점을 정확히 짚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배를 빠르고 싸게 잘 만드는 능력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인도 이후 수십 년에 걸쳐 함대를 굴러가게 만드는 사업은 다른 근육을 요구한다.

이 차이가 왜 중요한지는 수주 구조를 뜯어보면 드러난다. 함정 한 척을 파는 매출은 인도 시점에 끝나지만, 정비와 성능개량, 부품 공급, 교육 훈련은 함선이 퇴역할 때까지 이어진다. 발주국 해군이 파트너를 고를 때 건조 가격표만 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폴란드 오르카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서 한국이 연이어 밀린 배경에도 기술 사양보다 동맹 관계와 현지 산업기반 구축 약속, 장기 지원 체계에 대한 신뢰가 크게 작용했다. 실전 배치된 최신 잠수함을 보유했다는 강점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칸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밥콕의 현지화 모델은 참고할 만하다. 장비를 넘기고 철수하는 대신 현지 인력을 교육하고 정비 역량을 이식하며 중소기업을 공급망에 편입시키는 방식은, 수주국 정부가 원하는 '일자리와 산업'이라는 정치적 명분까지 함께 제공한다. 밥콕이 폴란드에서 TOKAT 프로그램으로 검증한 것이 바로 이 조합이다. 한국 조선사가 이런 패키지를 단독으로 완성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미 검증된 파트너와 묶여 제3국에 들어가는 편이 현실적인 우회로가 될 수 있다.

다만 협력이 곧 이익 배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한국이 선체를 짓고 영국이 통합과 정비를 맡는 구도가 굳어지면, 부가가치가 높고 장기적인 쪽은 상대가 가져가는 그림이 나온다. 미 해군 MRO 수주가 올해 들어 빠르게 늘어난 것은 국내 조선사도 정비 영역에서 실적을 쌓을 수 있다는 증거다. 파트너십을 받아들이되 통합·임무체계·장기 지원으로 발을 넓히는 협상이 함께 가야 한다. 밥콕이 아시아·태평양을 다음 무대로 지목한 이상, 한국이 이 지역에서 하청이 될지 공동 사업자가 될지는 지금 맺는 계약의 문장 하나하나에 달려 있다.

The real question is not whether Korean yards can build the hulls — they can — but whether they can claim the integration, mission systems and through-life support work that generates decades of revenue after delivery. The terms signed now will decide whether Korea becomes a subcontractor or a genuine co-venturer in Asia-Pacific naval markets.

자주 묻는 질문

Q. 밥콕이 한국과 이미 진행 중인 협력은 무엇인가요? KSS-Ⅲ 잠수함의 무장취급·발사체계(Weapon Handling and Launch System)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과거 LPX-Ⅱ와 CVX 개념설계 단계에서도 한국 정부 연구개발 조직 및 산업계와 기술지식과 설계 역량을 공유했습니다.
Q. MRO와 전 생애주기 지원은 어떻게 다른가요? MRO가 운용 중인 장비의 유지보수와 정비에 초점을 맞춘다면, 전 생애주기 지원은 설계 단계부터 정비성과 가용성을 반영합니다. 엔지니어링·정비·교육·데이터 분석·공급망 관리·성능개량을 함선 수명 전체에 걸쳐 통합하고, 타국 재취역이나 최종 해체까지 포함합니다.
Q. 애로헤드 140과 Type 31은 어떤 관계인가요? 애로헤드 140은 덴마크 이베르 휘트펠트급을 발전시킨 밥콕의 호위함 설계이며, 영국 해군이 이를 기반으로 도입하는 함급이 Type 31입니다. 인도네시아가 이 설계를 라이선스 방식으로 도입해 메라 푸티급 호위함을 건조하는 등 수출 실적도 쌓았습니다.
Q. 한국 조선사의 해외 잠수함 수주 상황은 어떤가요? 한화오션은 폴란드 오르카 사업에서 스웨덴 사브에,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서는 독일 TKMS에 밀려 연이어 고배를 마셨습니다. 대형 플랫폼 단독 수주가 만만치 않은 만큼, 현지 산업기반과 정비 역량을 묶어 제안하는 파트너십 모델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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