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친인척 여행사에 할인율 2%p 더 줬다
신세계면세점이 총수 일가 친인척이 소유한 여행사 프로비다에 다른 송객 여행사보다 2%포인트 높은 할인율을 책정한 정황이 드러났다. 넉 달 매출 763억원과 공정거래법 쟁점을 짚었다.
신세계면세점은 왜 특정 여행사에만 할인율을 더 얹어줬나
뉴스타파가 확보한 신세계면세점 내부 자료에 따르면 여행사 프로비다는 다른 송객 여행사보다 2%포인트 높은 할인율을 받았습니다. 프로비다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조카 부부가 소유한 회사입니다. 여행업에 진출한 지 반년 만에 신세계면세점 송객 매출 1위에 올랐고 3월부터 6월까지 넉 달 매출은 76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경실련은 9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목차
따이거우 송객 용역이란 무엇인가
면세점은 중국 보따리상, 이른바 따이거우(代購)를 데려오는 조건으로 여행사와 송객 용역 계약을 맺습니다. 여행사는 면세점이 제시한 특별 할인율을 무기로 따이거우를 모집하고 그 여행사를 통해 들어온 따이거우만 할인가로 물건을 삽니다. 따이거우가 국내 면세점에서 사가는 규모는 연 5조~6조원, 전체 면세점 매출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면세점은 송객 매출의 1~2%를 수수료로 지급하므로 계약을 따낸 소수 여행사만 이 시장에 들어갑니다.
Duty-free retailers in Korea sign referral contracts with travel agencies that bring in Chinese resellers known as daigou, whose purchases account for roughly half of all duty-free sales.
2%포인트 차이가 왜 결정적인가
지난 7월 신세계면세점이 송객 여행사들에게 돌린 할인율 공지 파일에는 프로비다만 MCM·라코스테 같은 패션 브랜드와 화장품 전 브랜드에서 2%포인트 더 높은 할인율이 적혀 있었습니다. 할인율이 높으면 따이거우는 더 싸게 물건을 떼갈 수 있으니 여행사는 모객이 쉬워집니다. 사실상 매출을 좌우하는 조건이 특정 회사에만 유리하게 설정된 셈입니다. 프로비다는 2016년 설립된 뒤 여행업과 무관한 사업을 하다가 2025년 11월 사업 목적에 여행업을 추가했습니다. 같은 시기 조명희 씨가 이사로 취임했습니다.
Internal files show Provida alone received a two-percentage-point higher discount rate across fashion and cosmetics brands, a decisive edge in recruiting resellers.
숫자로 본 특혜 의혹의 크기
프로비다의 3~6월 누적 매출 763억원은 경쟁 여행사보다 37억~205억원 많은 액수입니다. 경실련은 6월부터 쏠림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기간 신세계디에프는 2분기 매출 5426억원, 영업이익 333억원으로 전년 동기 15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프로비다 측은 신세계면세점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는 입장입니다. 인적 관계도 확인됐습니다. 프로비다는 이마트 등 신세계 계열사에 인력을 공급하는 래딕스와 같은 사무실을 씁니다. 래딕스 소유주 이혜진 씨는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손녀이자 이명희 회장과 혈족 3촌 관계이며 남편 조명희 씨는 조카사위입니다. 두 사람은 정용진·정유경 회장과 4촌 사이입니다.
Provida booked 76.3 billion won over four months, 3.7 to 20.5 billion won more than rival agencies, while its owners are cousins of the Shinsegae chairs.
공정위는 어떤 잣대로 볼 것인가
공정거래법은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부당지원 금지(제45조 1항 9호)와 특수관계인 부당이익제공 금지(제47조)를 적용합니다. 2022년 시행령 개정으로 친족 범위가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좁아졌지만 이혜진·조명희 부부는 그 안에 들어갑니다. 다만 제47조는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가진 계열사가 행위 주체일 때 적용되므로 신세계면세점과 프로비다의 지분 구조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공정위는 사익편취 과징금 상한을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100%로 올린 상태입니다. 올해 SM그룹은 총수 차녀 회사에 182억원대 부당지원을 한 혐의로 검찰 고발 의견까지 심사보고서에 담겼습니다. 신세계면세점은 규정과 절차에 따른 선정이라며 의혹을 부인했고 수수료율은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Regulators must first establish ownership links before applying the private-benefit provision, though the FTC has already raised penalty ceilings fivefold for such cases.
영업비밀이라는 답변이 남긴 질문은 무엇인가
이번 사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신세계면세점이 내놓은 답변의 구조입니다. 회사는 프로비다가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라 선정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의혹의 핵심인 수수료율과 계약 조건은 영업상 공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규정을 지켰다는 주장과 그 규정의 적용 결과를 보여줄 수 없다는 답변이 한 문장 안에 붙어 있습니다. 검증 가능한 자료 없이 결백을 주장하는 방식은 그동안 재벌 내부거래 사건에서 반복돼 온 장면입니다. 공정위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계약서와 평가자료, 할인율 산정 기준을 강제로 들여다볼 권한을 가진 기관이 아니면 이 질문에 답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거래 조건의 차등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습니다. 기업은 실적이 좋은 협력사에 더 나은 조건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프로비다의 순서는 반대였습니다. 여행업 경력이 없던 회사가 사업 목적에 여행업을 올린 직후 유리한 할인율을 받았고 그 뒤에 매출 1위가 됐습니다. 실적이 조건을 부른 것이 아니라 조건이 실적을 만든 구조라면 판단은 달라집니다. 공정위가 선정 경위와 산정 근거를 함께 보겠다고 할 때 실제로 재는 것이 바로 이 순서입니다.
이 사안을 면세점 한 곳의 문제로 좁혀 읽기도 어렵습니다. 따이거우 송객은 수수료 출혈 경쟁 탓에 업계가 줄이려 애써 온 사업입니다. 그런데 면세점 실적이 회복 국면에 들어선 시점에 특정 여행사로 물량이 몰렸습니다. 수익성이 개선되는 구간에서 누가 그 몫을 가져가느냐는 주주와 협력사 모두의 이해가 걸린 문제입니다. 신세계그룹이 정용진·정유경 회장 체제로 계열분리를 마무리하는 국면이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지배구조가 재편되는 시기에 총수 일가 주변 회사가 새 사업에 등장하는 흐름은 과거 여러 그룹에서 확인된 전형입니다. 공정위가 사익편취 과징금 상한을 다섯 배로 올려놓은 배경도 이 전형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는 판단에 가깝습니다.
Shinsegae insists the selection followed internal rules yet withholds the very terms at issue, and the sequence — favorable rates first, record sales after — is what regulators will wei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