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어느 나라 기업인가, 미국 법정에 선 국적 논쟁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 손해배상 소송에서 쿠팡Inc는 한국 사건이라 주장하고, 워싱턴에서는 미국 기업으로 로비했다. 모회사 책임 경계선을 둘러싼 세 갈래 소송의 쟁점을 짚었다.
쿠팡은 한국 기업인가, 미국 기업인가?
3370만여 명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사고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미국 뉴욕 법정에 섰습니다. 쿠팡Inc는 "한국 자회사가 한국에서 낸 사고"라며 선을 긋고, 워싱턴에서는 "차별받는 미국 기업"이라며 로비를 확대했습니다. 두 주장은 같은 회사에서 동시에 나왔습니다.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 경계선의 두께를 가리는 일이 배상 책임의 향방을 결정합니다.

목차
국적 논쟁은 왜 지금 불거졌나?
쿠팡은 2019년 일본 수출규제 국면에서 불매 리스트에 오르자 홈페이지에 "쿠팡은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실제로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CFS, 배송을 맡는 CLS, 자체 브랜드를 기획하는 CPLB, 핀테크 계열 쿠팡페이와 이들을 100% 지배하는 쿠팡㈜는 모두 한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입니다. 동시에 그 쿠팡㈜의 지분 100%는 미국 델라웨어주 법인 쿠팡Inc가 들고 있습니다.
두 설명은 모순이 아니라 층위가 다른 사실입니다.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과 산업재해, 세무 조사가 잇따르면서 회사가 어느 쪽 정체성을 꺼내 드는지가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애국 마케팅의 언어였던 "한국 기업"이 이제는 미국 법정에서 책임을 밀어내는 방어 논리로 쓰이고 있습니다.
Coupang's Korean entities are locally incorporated, yet Coupang Inc. in Delaware owns 100 percent of them. Both nationalities are factually true, which is exactly why the label has become a legal weapon.
뉴욕 법정에서 판사가 던진 질문은 무엇인가?
9월 1일 뉴욕 브루클린 동부 연방법원에서 열린 사전 변론에서 앤 도널리 판사는 본안을 다루기 전에 원고 측에 물었습니다. "왜 이 사건이 미국 법원에 와 있는가." 사고는 한국에서 났고, 쿠팡Inc의 설립지는 델라웨어, 주요 사업 주소지는 워싱턴주 시애틀입니다. 관할 적정성을 먼저 따진 것입니다.
원고가 뉴욕을 고른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피고가 한국 쿠팡㈜가 아니라 미국의 쿠팡Inc와 김범석 의장이고, 대표 원고 가운데 뉴욕 동부 지역 거주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법무법인 대륜과 미국 SJKP가 대리하는 이 손해배상 집단소송에는 약 7800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쿠팡Inc는 "두 회사는 별개 법인이며 한국에서 난 사고의 책임을 미국 모회사와 개인에게 물을 근거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반면 원고 측은 쿠팡Inc가 이 사고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서에 "중대한 사이버 보안 사건"으로 직접 공시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스스로 투자자에게 중요한 사안이라고 신고해 놓고 법정에서는 무관하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반박입니다.
Judge Ann Donnelly asked why a Korean incident belongs in a Brooklyn courtroom. Plaintiffs point to Coupang Inc.'s own SEC filing, which treated the breach as a material cybersecurity event.
숫자가 보여주는 경계선의 두께는?
김범석 의장의 쿠팡Inc 지분은 2026년 초 기준 9.1%에 불과하지만 의결권은 74.3%입니다. 1주에 29표를 주는 차등의결권 정관 덕분입니다. 그는 CEO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어, 이 권한이 지배 사슬을 타고 한국 쿠팡 운영에 닿을 개연성은 충분합니다.
돈과 데이터의 흐름도 경계선을 흐립니다. 쿠팡Inc의 또 다른 100% 자회사인 쿠팡글로벌LLC(CGL)는 한국 쿠팡이 해외 계열사에 지급하는 비용의 60~70%를 가져갑니다. 한국 쿠팡이 미국 본사 등 특수관계자에 지급한 금액은 2020년 1503억 원에서 2024년 9390억 원으로 5년 만에 약 6배로 늘었습니다. 개인정보 처리방침에는 한국 회원의 개인정보가 시스템 개발·유지보수 목적으로 CGL에 이전된다고 적혀 있고, CGL 업무에는 서비스 운영과 부정행위 탐지도 포함됩니다.
국내 제재 규모도 사건의 무게를 보여줍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6년 6월 쿠팡에 과징금 6246억 원과 과태료 168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조사 결과 전직 직원이 회원 3322만 명과 비회원 최소 433만 명의 정보를 빼냈고, 별도로 이용자 1117만 명의 타사 활동 기록을 무단 수집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미국 쪽에서는 로비가 늘었습니다. 쿠팡Inc는 2026년 1분기 109만 달러를 로비에 썼고, 2분기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밸러드 파트너스에 25만 달러를 지급했습니다. 대상에는 백악관과 하원, 무역대표부(USTR)가 포함됐습니다.
Bom Kim holds 9.1 percent of shares but 74.3 percent of voting power through a 29-to-1 dual-class structure. Korea's privacy regulator fined Coupang a record 624.6 billion won in June 2026.
10월 서면 제출 이후 무엇이 달라지나?
도널리 판사는 양측에 현지 시각 10월 6일까지 추가 서면을 내라고 요구했습니다. 여기서 관할이 부정되면 본안은커녕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절차에도 이르지 못합니다. 반대로 재판이 속개되면 원고는 쿠팡Inc의 내부 자료와 관계자 증언을 요구할 수 있고, 한국과 미국 계열사 사이의 보고 라인과 의사결정 구조가 문서로 드러날 가능성이 열립니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다른 소송도 같은 질문을 다른 언어로 던집니다. 2026년 1~2월 제기된 증권 집단소송은 경영진이 보안 위험을 투자자에게 제때 알렸는지를 다투고, 3월 워싱턴주 서부 연방법원에 접수된 주주대표소송은 이사회의 감독 의무 이행 여부를 묻습니다. 세 소송 모두 "미국 본사가 한국 쿠팡의 보안과 내부 통제에 어디까지 관여했는가"로 수렴합니다.
외교 전선도 맞물려 있습니다. 미 하원 법사위 공화당 보좌진이 작성한 중간 실무보고서는 한국 정부의 조치를 한미 무역합의 위반으로 규정했고, 백악관 당국자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외교부는 보고서가 쿠팡 측 주장만 일방적으로 반영했다며 유감을 밝혔습니다. 기업의 국적이 통상 의제로 옮겨붙은 형국입니다.
Both sides must file supplemental briefs by October 6. If the New York court keeps the case, discovery could expose the reporting lines between Seattle and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