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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탐사

10대 의약품 중독 2315명, 창고형 약국이 뚫린 자리

감기약·수면유도제를 한꺼번에 삼키는 '오디'가 SNS로 번지는 사이 10대 의약품 중독은 5년 새 31% 늘었다. 복약지도 없이 약을 담아 가는 창고형 약국과 규제 공백을 짚었다.

감기약 한 움큼이 왜 '놀이'가 됐을까

서울 마포구의 한 약사는 액상 감기약과 수면유도제, 멀미약을 한꺼번에 달라는 학생을 돌려보냈습니다. 이렇게 일반의약품을 다량 삼켜 환각을 경험하는 '오디(OD·Overdose)'가 익명 SNS를 타고 일부 청소년 사이에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의약품 중독으로 진료받은 10대는 2315명으로 5년 전보다 31.4%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환자 증가율 3.5%의 9배입니다. 그런데 약사의 복약지도를 건너뛰고 약을 카트에 담아 갈 통로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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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오디'는 어떤 경로로 퍼지고 있나

익명 기반 SNS에는 '오디 조합을 추천해달라'거나 '시험 기간만 되면 자해·오디 파티를 한다'는 글이 잇따릅니다. 대부분 '우울계'나 '자해' 해시태그를 달고 있어서 약물 과다복용이 또래에게 공유되고 과시되는 구조에 놓입니다. 약사들의 증언도 일치합니다. 아이들이 찾는 약의 조합이 서로 비슷하다는 겁니다. 온라인에 떠도는 '레시피'를 보고 약국에 온다는 뜻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올해 자해 관련 심의 기준 개정을 전체회의 안건으로 처음 올렸습니다. 상처가 깊게 베였는지를 따져 차단 여부를 가르던 기존 기준이 모방 위험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Teens in Korea are sharing "OD" recipes for over-the-counter drugs on anonymous social accounts tagged with depression and self-harm hashtags. Regulators only began reviewing their self-harm content standards this year.

창고형 약국은 왜 사각지대로 지목됐을까

창고형 약국은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공산품처럼 진열해 소비자가 직접 골라 담는 방식입니다. 2025년 6월 성남에 첫 매장이 문을 연 뒤 1년 만에 전국 40곳 규모로 늘었습니다. 가격이 싸고 복약지도는 소비자가 먼저 물어야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눈치 볼 사람이 없는 구매처가 되는 셈입니다.

실제 지난해 12월 울산의 일부 창고형 약국은 마약 제조에 쓰일 수 있는 슈도에페드린 성분 의약품을 제한 없이 대량 판매해 약사회에 적발됐습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해 말 전국 회원 약국에 일반의약품 판매 시 복용 대상과 연령을 확인하고 과량 복용 위험성을 반드시 알리라고 요청했습니다. 다만 이 요청은 권고일 뿐 법적 의무가 아닙니다.

Warehouse-style pharmacies, which let shoppers pick drugs off shelves like groceries, grew to about 40 stores in a year. Pharmacist counseling there is often optional, and the association's guidance on checking buyers' age carries no legal force.

숫자는 무엇을 말하고 있나

10대 의약품 중독 환자 2315명 가운데 입원 치료를 받은 사람은 2084명으로 약 90%에 이릅니다. 응급실을 거쳐 가는 수준이 아니라 입원이 필요한 상태까지 간다는 의미입니다. 올해는 6월 기준으로 이미 1340명이 집계됐습니다.

더 큰 공백은 원인 약물이 특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떤 성분을 얼마나 먹었는지 집계 체계에 남지 않기 때문에 규제 대상을 좁히기 어렵습니다. 미국은 이 지점을 따로 다룹니다. 캘리포니아는 2012년 발효된 상원법안 514호로 덱스트로메토르판 함유 비처방약을 18세 미만에게 판매하면 최대 250달러 벌금을 매기고 금전등록기에 연령 확인 기능을 두게 했습니다. FDA는 2020년 틱톡 '베나드릴 챌린지'를 두고 발작과 혼수, 사망까지 가능하다고 경고했습니다.

About 90% of the 2,315 Korean teens treated for drug poisoning last year required hospitalization, yet records rarely identify which drug was involved. California has banned DXM sales to under-18s since 2012 with register-level age prompts.

입법은 어디까지 왔나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은 식약처장이 고시하는 오남용 우려 일반의약품에 복약지도를 의무화하고 미성년자에게 적정 사용량을 넘겨 팔지 못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판매기록 작성 의무와 위반 시 100만원 이하 과태료도 담겼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구매자 인적사항 기록과 과태료 부과가 약국과 소비자 모두에게 과도한 규제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어서 국회 심사는 공방 중입니다.

먼저 움직인 것은 명칭 규제입니다. 지난 8월 26일 본회의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으로 12월 23일부터 '창고' '마트' '공장' '팩토리' 같은 표현과 '할인' '특가'처럼 과다소비를 유도하는 표기를 약국 이름에 쓸 수 없습니다. 기존에 승인받은 약국은 내년 6월 22일까지만 해당 명칭을 유지합니다. 간판은 바뀌지만 판매 방식 자체를 규율하는 조항은 아니라는 점이 한계로 남습니다.

A bill would require counseling for abuse-prone OTC drugs and cap sales to minors, but the health ministry calls buyer-record keeping excessive. A separate law banning "warehouse" and "discount" pharmacy names takes effect December 23.

간판을 바꾸는 규제로 충분할까

이번 사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규제가 움직인 순서입니다. 국회가 먼저 통과시킨 것은 약국 이름에서 '창고'와 '할인'을 지우는 법이었습니다. 정작 미성년자에게 얼마나 팔 수 있는지, 팔 때 무엇을 반드시 설명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법은 아직 심사대에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표기를 손보는 일은 합의가 쉽고 판매 행위를 규율하는 일은 이해관계가 엉켜 있다는 사정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입니다.

복지부가 든 과잉 규제 우려도 근거가 없지는 않습니다. 감기약 한 통을 사려는 모든 사람의 신분증을 받아 적는 제도는 비용이 큽니다. 다만 캘리포니아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그 비용을 어디에 집중시킬지의 문제입니다. 모든 일반의약품이 아니라 덱스트로메토르판 같은 특정 성분으로 대상을 좁히고, 약사의 판단이 아니라 금전등록기의 안내로 확인 절차를 자동화하면 현장 부담은 크게 줄어듭니다. 지금 한국에 없는 것은 규제 의지보다 대상을 좁힐 근거 데이터에 가깝습니다. 중독 환자 집계에 원인 성분이 남지 않는 한 어떤 약을 먼저 관리할지 정하는 논의 자체가 추정에 기대게 됩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약국 바깥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약을 찾는 이유가 환각 자체보다 우울과 자해의 연장선에 있다면 구매 통로를 막는 조치는 증상을 늦출 뿐입니다. 시험 기간마다 '오디 파티'라는 말이 오가는 타임라인은 약물 문제가 아니라 또래 집단의 정신건강 신호에 가깝습니다. 판매 규제와 상담·치료 접근성을 같은 속도로 올리지 않으면 통계의 증가세는 경로만 바꿔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Lawmakers moved first on pharmacy signage while the bill governing actual sales to minors stalls. California's approach suggests narrowing enforcement to specific compounds and automating age checks, but Korea still lacks the data to identify which drugs to target.

자주 묻는 질문

Q. 일반의약품인데도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방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일반의약품이라도 고용량에 익숙해지면 정신적 중독과 약물 의존으로 이어지고 사람에 따라 생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항히스타민제나 진해거담제 성분은 다량 복용 시 환각과 함께 발작이나 심장 이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Q. 미국에서는 청소년의 비처방약 구매를 어떻게 막나요? 주 단위 규제가 다릅니다. 캘리포니아는 덱스트로메토르판 함유 비처방약을 18세 미만에게 넘기면 위반으로 보고 소매점 금전등록기에 연령 확인 안내가 뜨도록 했습니다. 신분증을 요구하고 확인한 사실을 입증하면 점원은 면책됩니다. 슈도에페드린은 연방 차원에서 구매량과 신분 확인을 관리합니다.
Q. 한국에도 청소년 판매를 제한하는 규정이 있나요? 성분별로 다릅니다. 슈도에페드린·에페드린 함유 일반약은 1인 최대 4일분으로 판매량이 제한되고 병포장은 처방전이 필요합니다. 다만 감기약이나 수면유도제 전반에 연령 기준을 두거나 구매량을 확인하도록 하는 일반 규정은 아직 법으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Q. 자녀가 '오디'에 노출됐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집에 있는 감기약이나 수면유도제가 빠르게 줄어드는지, 빈 포장이 모여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우울계' 성격의 익명 계정 사용과 시험 기간 전후의 급격한 기분 변화가 함께 나타나면 약물보다 그 아래의 우울·자해 신호를 먼저 다뤄야 합니다. 과다복용은 자해의 한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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