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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탐사

"내가 살겠다" 갱신 거절 뒤 재임대, 대법 "집주인이 증명하라"

실거주를 내세워 세입자 갱신요구를 거절한 뒤 새 세입자를 들인 집주인에게 대법원이 3800만원 배상을 확정했다. 정당한 사유 증명책임이 집주인에게 있다는 첫 판시의 쟁점을 짚었다.

집주인이 "내가 살겠다"며 내보낸 집, 2년 안에 다시 세를 놓으면 어떻게 되나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한 집주인이 그 기간이 끝나기 전 새 세입자를 들였다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에서 원고 승소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배상액은 3800만원입니다. 책임을 면하는 '정당한 사유'의 요건과 그 증명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대법원이 처음으로 못 박았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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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실거주 갱신 거절은 왜 분쟁의 화약고가 됐나

2020년 7월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한 번은 2년을 더 살 수 있게 하고 그때 올릴 수 있는 임대료를 5%로 묶었습니다.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는 집주인이나 그 직계존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를 예외로 뒀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주인의 마음속 계획을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어 이 조항이 갱신을 막는 통로로 쓰인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습니다. 국회에서는 주택임대차 분쟁이 최근 5년간 2.7배로 늘었는데 임대인이 조정에 응하지 않아 심의조차 열리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Korea's 2020 lease law lets tenants extend for two more years with rent capped at a 5% increase, but allows landlords to refuse if they intend to live in the unit themselves — a clause tenants have no practical way to verify.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를 어떻게 좁혔나

이 사건의 쟁점은 B씨에게 배상 책임을 면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였습니다. B씨는 남편과 공유한 다가구주택 6개 호실 임차인들이 한꺼번에 보증금 반환을 요구해 6억9000만원을 돌려줘야 했고 소득이 없어 대출도 막혔으며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 3억원가량을 물어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은 2022년 말 전세사기 공포가 번지며 벌어진 동시 반환 요구를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으로 보고 집주인 손을 들어줬습니다. 2심은 다가구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무가 갱신 거절 당시에도 이미 존재했고 계약 만료 시점 역시 달력에 적혀 있었다고 판단해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려면 갱신 거절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 사정 때문에 제3자에게 임대하는 것이 불가피했어야 한다는 두 요건을 제시한 뒤 이를 증명할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The Supreme Court set a two-part test: the landlord must prove an unforeseeable change in circumstances and that re-letting was unavoidable because of it. The burden of proof rests on the landlord, not the tenant.

숫자로 보면 이 판결의 무게는 어느 정도인가

A씨는 2020년 7월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를 보증금 6억6000만원에 빌려 2020년 9월부터 2년을 살았습니다. 2022년 5월 갱신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B씨는 2022년 9월 전입신고 뒤 이듬해 2월 입국해 2024년 4월까지 실제로 거주했습니다. 문제는 B씨가 2024년 2월 같은 집을 보증금 8억2000만원에 새 임차인과 계약한 대목입니다. 갱신됐다면 보장됐을 2년이 2024년 9월까지였으니 일곱 달을 남기고 1억6000만원을 올려 받은 셈입니다. 배상액은 법이 정한 세 가지 기준 가운데 큰 금액으로 정해지는데 2심은 새 임대차의 환산월차임과 갱신 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차액의 2년분인 4400만원 한도에서 A씨가 청구한 3800만원을 인정했습니다. 임대차 2법이 돌아가는 환경도 거칩니다. 2021년 6월 이후 전국 전월세 갱신계약 중 갱신권을 쓴 비중은 49.2%, 서울은 50.7%였지만 전셋값이 뛴 시기에 오히려 사용률이 떨어지는 역설이 관찰됐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보증금은 2026년 8월 6억3662만원으로 2년 전보다 8268만원(14.9%) 올랐습니다.

The tenant's deposit was 660 million won; the landlord re-let the same unit for 820 million won seven months before the extension period would have ended. Damages were capped at 44 million won under the statutory formula, and 38 million won was awarded.

세입자와 집주인은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세입자가 쓸 수 있는 확인 수단은 생각보다 구체적입니다. 갱신 거절로 집을 비운 뒤에도 그 주소의 확정일자 부여 현황과 전입세대 열람 내역을 떼어 보면 새 임대차계약이 있었는지 추적할 수 있고 법이 보장한 2년이 끝날 때까지 이를 확인할 실익이 있습니다. 집주인에게는 거절 시점의 자금 계획과 사정 변경을 기록으로 남겨 두는 일이 사실상 의무가 됐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임대료 안정화 조례는 같은 문제를 더 촘촘하게 다룹니다. 집주인이나 가족이 들어오려면 세입자가 나간 뒤 3개월 안에 입주해 2년 연속 주거주지로 써야 하고 그 사실을 3개월·1년·2년 시점에 주택국에 신고해야 하며 허위 입주 퇴거에는 최대 1만5000달러의 제재가 붙습니다. 한국은 사후 손해배상에 기대는 구조여서 세입자가 직접 재임대 사실을 찾아내야 한다는 차이가 남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임대차 2법 개편 공론화에 들어간 상황이라 이번 판결은 제도 손질 논의에서 실거주 예외의 문턱을 어디에 둘지 가늠하는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Tenants can track re-letting through fixed-date records and resident registration inquiries for the full two-year window. Los Angeles handles the same problem up front, requiring owners to file occupancy declarations at three months, one year and two years, with penalties up to $15,000 for fraudulent owner move-in evictions.

자주 묻는 질문

Q.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나가야 하나요? 법은 집주인이나 직계존비속의 실거주를 갱신 거절 사유로 인정합니다. 다만 거절 뒤 갱신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생깁니다. 나가더라도 그 집의 이후 임대 내역을 확인할 권리는 남습니다.
Q. 배상액은 어떻게 계산되나요? 합의가 없다면 세 금액 중 가장 큰 액수가 기준입니다. 갱신 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의 3개월분, 새 임대차의 환산월차임과 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차액의 2년분, 갱신 거절로 세입자가 실제 입은 손해액입니다. 보증금만 있는 전세는 보증금을 월 단위 차임으로 환산해 계산합니다.
Q. 집주인이 자금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하면 면책되나요? 이번 판결은 그 자체로는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갱신 거절 당시 이미 존재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채무라면 예측 불가한 사정이 아니고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면 불가피성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증명 부담은 집주인이 집니다.
Q. 미국에 사는 한인 집주인도 같은 기준을 적용받나요? 한국 소재 주택의 임대차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따릅니다. 이 사건의 집주인도 해외에 있다가 전입신고 후 입국해 거주했습니다. 거주 의사를 실제 생활로 증명하고 2년 안의 재임대를 피해야 한다는 기준은 거주지와 무관하게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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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주택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대법원판결#jeonse#실거주갱신거절#세입자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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