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일반직 20% 확대 요구, 수사-행정 분리로 내부 견제 강화
검찰 수사권 폐지 후 경찰 권한 비대화 우려 속에, 경찰청 노조가 일반직 국가공무원 비율을 4%에서 20%로 늘려 수사와 행정을 분리하고 내부 견제를 강화하자고 요구했다.
경찰 내부에서 왜 "일반직을 늘려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나?
검찰 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되면서 수사권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 경찰을 누가 견제하느냐는 물음이 커지고 있다. 이 국면에서 경찰청 내부의 일반직 국가공무원들이 직접 목소리를 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경찰청지부는 8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4% 수준인 경찰 내 일반직 국가공무원 비율을 2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경찰관과 일반직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자고 요구했다. 수사·치안은 경찰관에게, 예산·감사·행정 견제는 일반직에게 맡겨 내부 통제를 강화하자는 구상이다.

목차
검찰 수사권 폐지가 왜 경찰개혁 논쟁으로 번졌나?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70여 년간 기소권과 수사권을 함께 쥐고 있던 검찰의 수사권이 떨어져 나갔다. 그 권한의 상당 부분이 경찰로 옮겨오면서, 이번에는 경찰의 비대해진 힘을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자치경찰제 보완, 외부 감찰기구 신설 같은 방안이 거론돼 왔다. 그런데 이런 논의가 대부분 조직 바깥에서 경찰을 옥죄는 장치에 쏠려 있다는 점을 경찰청 노조는 지적한다. 정작 조직 안쪽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논의는 빠져 있다는 것이다.
After prosecutors lost their investigative powers, the debate shifted to who will now check the police, whose authority has grown significantly.
일반직 확대가 어떻게 견제 장치가 되나?
경찰청 노조의 핵심 주장은 조직 내부에 수사권을 갖지 않은 전문 인력을 늘려 견제와 균형을 만들자는 것이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경찰개혁은 조직 내부의 역할과 전문성을 설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며 일반직 국가공무원이 경찰 행정의 핵심 업무를 맡으면서도 정책 결정 과정에는 충분히 참여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관을 민생치안·수사·경비·재난 같은 본연의 현장 업무에 배치하고, 예산·감사·행정·기술 등 현장 지원은 전문성을 갖춘 일반직이 맡는 방식으로 조직을 재편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조직 안에서도 수사 라인과 행정·감사 라인을 분리하면 내부에서 서로를 점검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논리다.
The union argues that expanding non-investigative civilian staff would build internal checks by separating investigation from budget, audit, and administrative oversight.
숫자로 보면 어떤 변화를 요구하는 건가?
노조가 제시한 목표치는 명확하다. 현행 4% 수준인 경찰청 내 일반직 국가공무원 비율을 단계적으로 20%까지 다섯 배 가까이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여기에 △경찰관과 일반직 국가공무원의 명확한 역할 분리 △경찰조직 내부의 견제와 균형 장치 강화라는 세 가지 요구를 함께 내걸었다. 이런 흐름은 경찰이 최근 추진해 온 변화와도 맞물린다. 경찰은 부실수사와 지역 유착 논란을 계기로 내년 상반기부터 전국 순환인사제를 수사팀장급인 경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 인력 채용도 늘리고 있다. 다만 순환인사 확대를 두고는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삭발 투쟁에 나서는 등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The union wants to raise the civilian staff ratio from about 4 percent to 20 percent, alongside clearer role separation and stronger internal checks.
이 요구는 실제 개혁으로 이어질까?
일반직 확대는 인력 구조와 예산이 걸린 문제여서 단기간에 결론이 나기 어렵다. 정원을 늘리려면 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와의 협의, 예산 확보, 경찰관 직군과의 조율이 모두 필요하다. 경찰관 중심으로 짜인 조직 문화 속에서 일반직에게 감사·견제 권한을 실질적으로 넘기는 일도 간단치 않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권 폐지 이후 경찰 통제라는 큰 방향에는 여야가 대체로 공감하는 만큼, 외부 통제기구 논의와 별개로 조직 내부 설계를 어떻게 할지가 후속 개혁의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그 논의의 무게중심을 '바깥의 감시'에서 '안쪽의 구조'로 옮기려는 시도라 볼 수 있다.
Expanding civilian staff involves headcount and budget hurdles, but internal organizational design is likely to remain a key issue in the next phase of police reform.
조직 안의 견제는 왜 더 어렵고 더 중요한가?
이번 기자회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개혁을 요구하는 주체가 시민단체나 정치권이 아니라 경찰 조직 내부의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경찰 통제 논의는 국가경찰위원회 강화나 외부 감찰기구 신설처럼 조직 바깥에서 권한을 제어하는 방식에 집중돼 왔다. 외부 통제는 상징성과 명분이 뚜렷하지만, 실제 수사와 예산이 오가는 일상적 의사결정 현장까지 촘촘히 미치기는 어렵다. 반면 예산·감사·행정을 맡는 일반직이 조직 안에서 수사 라인을 점검하는 구조는, 눈에 잘 띄지 않아도 매일 작동하는 견제 장치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내부 견제가 조직 문화와 정면으로 부딪친다는 데 있다. 경찰관 중심으로 위계가 짜인 조직에서 수사권 없는 일반직에게 실질적 감사·견제 권한을 넘기는 일은, 단순히 정원 비율을 조정하는 산술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조직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느냐를 다시 그리는 일이다. 4%를 20%로 늘리자는 요구가 다섯 배라는 숫자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찰 수사권 폐지가 권한을 옮기는 개혁이었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옮겨진 권한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조직 안팎에서 함께 들여다보는 설계다. 이번 요구가 구호에 그칠지, 실제 정원과 예산으로 이어질지가 경찰개혁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What makes this call notable is that the demand for reform comes from within the police organization itself, pointing to internal checks that operate daily rather than external oversight al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