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하루 2–3건, 깊이로 승부제보·문의

LA Korea Report

한국을 LA의 시선으로, 깊이 있게 — 프리미엄 한국 전문 디지털 언론사
LA Korea Report
사회 & 탐사

설탕 할당관세 전쟁, 관세청·농식품부 정면충돌

수입 설탕 3사에 대한 관세청 고강도 조사로 1000억대 추징 우려가 커졌다. 16년 관행 B/L 양수도를 놓고 관세청과 농식품부 판단이 정면충돌한 설탕 전쟁을 짚는다.

관세청은 왜 수입 설탕 회사에 칼을 댔나?

수입 설탕 회사들이 무더기 폐업 위기에 몰렸다. 관세청이 2월9일부터 할당관세 악용 의심 업체를 상대로 고강도 관세조사에 착수하면서다. 조사 대상인 비앤아이글로벌·씨에스엠·넥스트랜드 3사의 예상 추징액만 약 200억원, 수입업계 전체로는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문제는 이 조사가 16년간 정부가 묵인해온 관행을 겨눈다는 점, 그리고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와 과세 당국인 관세청의 판단이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sugar-tariff-quota-war-infographic

목차

이 전쟁은 어디서 시작됐나?

발단은 2월1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설 명절 물가를 점검하며 "관세를 낮춰 싸게 공급하라 했더니, 싸게 수입해 정상가로 판다"고 지적하고 할당관세 악용 업체를 엄정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약 2주 뒤 관세청은 이미 2월9일부터 설탕을 포함한 의심 업체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같은 2월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4년간 설탕값을 담합한 제당 3사에 역대 두 번째 규모인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기업 담합과 중소 수입업계 조사가 하루에 겹친 셈이다.

The crackdown began with a February presidential order to punish firms abusing tariff quotas, coinciding with a record antitrust fine on the sugar cartel.

B/L 양수도, 꼼수인가 관행인가?

국내 설탕 시장은 원당(기본관세 3%)을 들여와 국내에서 정제하는 구조로 굳어졌다. 정제당 완제품 관세는 30%라 사실상 대규모 설비를 갖춘 대기업만 생산할 수 있다. 이 과점을 견제하려 2010년 도입된 장치가 할당관세다. 12만t 한도 안에서 5% 낮은 세율로 설탕을 들여올 수 있게 한 것이다. 다만 국제 거래 단위는 최소 1000t이라, 추천서만 가진 작은 회사는 개별 수입이 어렵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 B/L(선하증권) 양수도다. 인프라를 갖춘 회사가 물량을 사와 통관 직전 소유권을 추천서 보유사에 넘기고, 통관이 끝나면 되사오는 방식이다. 업계는 16년간 이어진 관행이라 말하고, 관세청은 소유권 이전이 없는 '가장(假裝)거래'로 본다.

At the heart of the dispute is a 16-year-old practice of transferring bills of lading, which the industry calls custom and customs authorities call a sham transaction.

숫자로 보면 무슨 일이 벌어지나?

제당 3사(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2024년 내수 점유율은 약 89%에 이른다. 공정위가 부과한 담합 과징금은 CJ제일제당 1506억원, 삼양사 1302억원, 대한제당 1273억원 순이다. 반면 조사 대상인 수입업계의 사정은 정반대다. 한국수입설탕협회장을 겸한 비앤아이글로벌 대표는 수입 설탕 영업이익률이 0.1%가량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올해 정부가 할당물량을 12만t으로 늘렸지만, 조사 여파로 상반기까지 절반도 들어오지 않았다. 정부는 별도로 방출의무 기간을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하고, 내년 aT에 30명 규모 할당관세관리팀을 신설하는 등 제도 정비에도 나섰다.

The top three refiners hold about 89% of the domestic market, while importers claim margins of just 0.1%, and less than half of this year's quota volume has entered the country.

이 조사는 누구에게 부담을 남기나?

핵심 쟁점은 소급이다. 협회는 16년간 정부 지침과 세관 통관을 신뢰해온 민간에 과징금을 소급 부과하는 것이 신뢰보호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한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7월1일 관행을 명문화하는 세부요령을 개정 공고했다가 관세청 요청으로 다시 내렸다. 관세청은 해당 요령이 법률 위임 없이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흥미롭게도 관세청 역시 수입업계를 관세포탈로 처분하면 제당 3사의 과점과 담합 위험이 되레 커진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를 잡겠다는 조치가 오히려 대기업 과점을 굳힐 수 있다는 역설 앞에서, 부담은 오롯이 민간의 몫으로 남았다.

The core issue is retroactivity: penalizing importers who trusted government guidance for 16 years, in a move that could paradoxically strengthen the very oligopoly it aims to curb.

이 사건이 드러낸 정책의 빈틈은 무엇인가?

설탕 전쟁의 본질은 결국 신뢰의 문제다. 정부가 16년 동안 추천서 서식에 '신청인'과 '수입자' 칸을 따로 두고, 세관이 그 서류를 아무 이의 없이 수리해왔다면, 민간 입장에서는 그 방식을 합법으로 믿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어느 날 갑자기 과세 당국이 같은 거래를 가장거래로 규정하고 소급 추징에 나선다면, 규칙을 따른 쪽이 처벌받는 역설이 생긴다. 제도의 문언과 운영이 오래 어긋나 있었다면, 그 책임을 온전히 민간에만 지우는 것이 온당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 목표들이 서로 충돌한다는 데 있다. 할당관세는 애초에 제당 3사의 과점을 견제하고 설탕값을 안정시키려 도입됐다. 그런데 대통령의 물가 안정 지시에서 출발한 이번 조사가 수입업계를 무너뜨리면, 정작 견제 대상이던 대기업 과점은 더 단단해진다. 물가를 잡으려는 조치가 장기적으로 물가 불안 요인을 키우는 구조인 셈이다. 관세청조차 이 역설을 인지하고 있다는 대목은, 이 사안이 단순한 탈세 적발이 아니라 정책 설계 자체의 딜레마임을 보여준다.

부처 간 엇박자도 뼈아프다. 농식품부는 관행을 명문화하려다 관세청 요청에 공고를 거둬들였고, 관세청은 조세법률주의를 앞세운다. 두 부처 모두 나름의 법리를 갖고 있지만, 그 사이에서 소급 과세의 불확실성을 감당하는 것은 영업이익률 0.1%의 중소 수입업체들이다. 정책이 서민 물가라는 명분으로 시작됐다면, 그 부담이 가장 약한 고리로 흘러가지 않도록 설계하는 일이 결국 정부의 몫으로 남는다.

At its core, this dispute is about trust and conflicting policy goals — a measure meant to tame an oligopoly may end up entrenching it, with small importers bearing the cost of retroactive uncertainty.

자주 묻는 질문

Q. 할당관세가 정확히 무엇인가요? 일정 기간 일정 물량의 수입품에 대해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올리거나 내리는 제도입니다. 설탕은 기본세율이 30%이지만 12만t 한도까지 5%의 낮은 세율이 적용됩니다.
Q. B/L 양수도는 왜 문제가 됐나요? 작은 회사가 이름만 빌려주고 실제로는 큰 회사가 소유권을 되사오기 때문에, 관세청은 소유권 이전이 없는 가장거래로 보고 관세포탈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Q. 농식품부와 관세청은 왜 충돌하나요? 농식품부는 법적으로 허용된 정상 시장으로 보고 운영해왔다는 입장이고, 관세청은 관세법상 납세의무자 규정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라 판단이 정면으로 갈립니다.
Q. 이 조사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수입 설탕 회사가 사라지면 제당 3사 과점이 강해져 설탕을 원료로 쓰는 중소·영세 식품업체의 부담이 커지고, 결국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관련 기사

Tags
#society#할당관세#설탕#tariff-quota#관세청#중소기업#물가
본 기사의 정정·반론·문의는 [email protected] 으로 보내주십시오. 자체 생산 기사의 출처는 lakoreareport.com으로 통일하며, 정정 정책은 편집강령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