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숲길 사용료 421억 확정, 서울시 대법서 최종 패소
대법원이 경의선숲길 국유지 사용료 421억원 부과가 정당하다고 최종 확정했다. 연체료 포함 시 800억원에 달하는 부담과 국유지 공원의 제도 개선 쟁점을 짚었다.
연트럴파크가 421억짜리 공원이 된 이유는?
서울시가 국가철도공단을 상대로 낸 경의선숲길 국유지 변상금 421억원 부과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 최종 패소했다. 2010년 협약으로 무상사용을 약속받았다는 서울시 주장에 대해, 대법원은 협약 문언상 지상부지 무상사용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연체료까지 더하면 부담액은 800억원에 이를 수 있어, 국유지를 활용한 지자체 공원 사업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목차
경의선숲길은 어떻게 만들어진 공원인가?
경의선숲길은 지하화된 경의선 철도의 지상 구간을 공원으로 바꾼 곳이다. 효창공원앞역에서 가좌역까지 약 6.3km 구간으로, 연남동 일대는 뉴욕 센트럴파크에 빗대 '연트럴파크'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서울의 대표적 도심 선형공원이 됐다. 서울시는 2010년 12월 철도공단과 협약을 맺고 국유지인 철도 부지를 2011년 7월부터 2016년 7월까지 5년간 무상으로 사용하기로 한 뒤 공원을 조성했다. 문제는 협약 직후인 2011년 4월, 국유재산법 시행령이 지방자치단체의 국유재산 무상사용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개정되면서 시작됐다.
The Gyeongui Line Forest Park, nicknamed "Yeontral Park," was built on state-owned railway land under a 2010 free-use agreement between Seoul and the Korea National Railway agency, but a 2011 regulatory change capped municipalities' free use of state property at one year.
법원 판단은 왜 1심과 2심에서 엇갈렸나?
협약상 무상사용 기간이 끝난 2016년 7월, 철도공단은 서울시의 5년 연장 요청을 거부하고 1년만 갱신을 허가했다. 이후 2017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의 무단 점유분에 대해 변상금 421억2000여만원을 부과했고, 서울시는 2021년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1심은 협약에 따라 공원 부지를 점유·사용할 법적 지위가 서울시에 있다며 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협약 문언 어디에도 지상부지 무상사용에 관한 기재가 없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8월 12일 원심이 옳다고 보고 서울시의 상고를 기각했다. 시행령 개정이 상위 법률에 위반된다는 서울시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The first-instance court sided with Seoul, citing the agreement, but the appeals court found the contract text contained no free-use clause for the surface land, and on August 12 the Supreme Court upheld that ruling, rejecting Seoul's appeal.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얼마나 되나?
이번에 확정된 변상금은 2020년 11월부터 2023년 5월 사이 철도공단이 부과한 총 421억2000여만원이다. 대상 부지는 경의선숲길 공원 부지 약 9만9746㎡, 점유 기간은 2017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소송이 이어진 기간의 연체료와 이후 사용분까지 더하면 서울시의 실제 부담은 800억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된 공공 공원 하나를 두고 국가기관과 지방정부가 수백억 원을 주고받는 구조가 된 셈이다.
The confirmed penalty totals 42.12 billion won for occupying about 99,746 square meters of parkland from July 2017 to December 2022, and with late fees the city's actual burden could reach roughly 80 billion won.
국유지 공원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
서울시는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 경의선숲길의 향후 운영·관리 방안을 철도공단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지자체가 국유지에 공원처럼 공공성이 높은 사업을 추진할 때 과도한 재정 부담을 지지 않도록, 국유재산 무상사용 조건 완화 등 법령 개선을 정부에 지속 건의할 계획이다. 이번 판결은 철도 유휴부지를 공원·녹지로 바꿔 온 전국 지자체 사업에도 선례가 된다. 국유지 활용이 늘어날수록 중앙정부·공공기관·지자체 간 사용료 갈등이 반복될 수 있어, 공공 목적 사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과제로 남았다.
Seoul says it will accept the ruling, negotiate the park's future management with the railway agency, and lobby the government to ease free-use rules for state land, as the decision sets a precedent for similar rail-to-park projects nationwide.
공익 사업의 비용은 결국 누가 지는 게 맞을까?
이번 판결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서울시가 421억원을 내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시민 누구나 무료로 걷는 공원의 땅값을 국가기관과 지방정부 중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공공 재정의 근본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경의선숲길은 서울시가 조성 비용을 대고 관리 인력을 투입해 온 공간이지만, 땅의 주인은 국가다. 국유재산법의 논리로 보면 철도공단이 사용료를 받는 것이 당연하고, 지방재정의 논리로 보면 공익 목적에 쓰이는 땅에 상업 시설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부당해 보인다. 두 논리가 정면으로 부딪힌 자리에서 법원은 협약 문언이라는 가장 형식적인 기준으로 결론을 냈다.
주목할 대목은 1심과 2심의 시각 차이다. 1심은 협약의 취지와 신뢰 보호를 중시해 서울시의 법적 지위를 인정했지만, 2심과 대법원은 계약서에 적히지 않은 약속은 없는 것과 같다는 원칙을 택했다. 행정기관끼리 맺은 협약이라도 문서에 명시되지 않으면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앞으로 지자체가 국유지를 활용해 사업을 벌일 때는 무상사용의 범위와 기간, 법령 개정 시의 처리 방식까지 협약서에 못 박아야 한다는 실무적 교훈이 남는다.
더 큰 숙제는 제도 자체다. 시행령이 지자체의 국유재산 무상사용을 1년으로 제한한 이후, 공원처럼 수익이 나지 않는 공공 인프라도 매년 사용료 갱신과 재정 부담의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서울시가 건의하겠다는 무상사용 조건 완화가 입법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전국 곳곳의 철도 유휴부지 공원들이 제2, 제3의 경의선숲길 분쟁으로 번질지가 이번 판결 이후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다.
Beyond the 42.1 billion won bill, the ruling exposes a structural question of who should bear the cost of public parks built on state land, and signals that municipalities must secure explicit contractual terms or push for legislative re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