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전쟁 파병 없다, 남은 카드는 청해부대
이재명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전쟁 개입 파병에 선을 그었다. 대신 검토 중인 청해부대 작전구역 확대가 국회 동의와 전쟁 연루라는 새 쟁점을 불러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왜 "전쟁 파병은 없다"고 못 박았나
이재명 대통령이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란에 선을 그었다.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같은 자리에서 "청해부대를 강화하는 부분을 검토하고 고심하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신규 부대를 보내지 않으면서 미국의 요구에 일부 부응하는 절충안이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다. 그러나 이 선택은 국회 동의 절차와 전쟁 연루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쟁점을 곧바로 불러왔다.

목차
트럼프는 한국에 무엇을 요구했나
올해 2월 28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서자, 미국은 대이란 해상 봉쇄 작전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는 중국·프랑스·일본·한국·영국을 지목해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표면적 임무는 상선 호송이었다.
압박은 유독 한국에 집중됐다. 8월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 축소를 지시하며 "3만9000명의 병력을 주둔시켜 김정은으로부터 여러분을 지키고 있는데 이란에서의 쉬운 군사작전을 도와주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실제 주한미군은 2만8500명 수준이다. 청와대에서 '군사적 기여 방안'이라는 표현이 처음 나온 것도 이 직후였다.
After the US-Iran war began in February 2026, Trump asked five nations including South Korea to send warships to the Strait of Hormuz. Pressure on Seoul intensified in August when he ordered a reduction of joint military drills.
청해부대 작전구역 확대는 파병이 아닌가
정부가 검토하는 방안은 새 부대를 보내는 대신 2009년부터 소말리아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작전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선례도 있다. 2020년 1월 문재인 정부는 청해부대 작전구역을 아덴만 1130㎞에서 오만만과 아라비아만을 포함한 3966㎞로 확대했다. 미국 주도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합류하는 대신 독자 파병 형식을 택한 우회로였다.
문제는 국회 동의다. 국회를 통과한 청해부대 파병 동의안의 파견 지역은 아덴만 해역 일대로 명시돼 있어, 이를 벗어난 활동은 원칙적으로 다시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동의안에 담긴 '유사시 국민 보호 활동 시 지시된 해역 포함'이라는 문구가 쟁점이다. 2020년에도 정부는 이 문구를 근거로 국회 동의 없이 영역을 넓혔고, 시민사회는 국회 동의권을 침해한 변칙 운용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정부는 국회 동의 절차를 밟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용근 경남대 교수는 국민적 공감대와 국회 동의가 모두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Rather than a new deployment, Seoul is weighing an expansion of the Cheonghae Unit's operational zone, echoing a 2020 move made without parliamentary consent. Critics call that an unconstitutional workaround.
숫자로 본 호르무즈 딜레마
한국 원유 수입의 약 70%, LNG의 약 20%가 중동에 의존하며 그 물량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통과하는 이 해협은 2025년 기준 전 세계 해상 원유 거래량의 34%, LNG 거래량의 20%를 담당했다. 해협이 막히면 한국 산업 전반이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여론은 일관되게 파병에 부정적이다. 한국갤럽 9월 8~10일 조사에서 반대 55%, 찬성 32%였다. 여론조사꽃 전화면접 조사는 반대 60.6%, 찬성 32.2%로 격차가 더 컸다. 전국지표조사(NBS)는 반대 45%, 찬성 36%, 한국일보·에스티아이 조사는 반대 52.2%, 찬성 26.1%였다. 조사 기관과 방식이 달라도 반대가 앞선다는 결론은 같았고, 민주당 지지층에서 반대가 특히 두드러졌다.
검토된 파병안은 P-8 포세이돈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폭발물 제거팀으로 인원은 150명 규모였다. 9월 8일 국방부는 아랍에미리트에 실사단을 보냈고, 합참 지휘부의 청해부대 방문 일정도 잡혔다.
Roughly 70% of Korea's crude imports pass through Hormuz, while polls consistently showed 45-60% opposition to deployment against 26-36% support.
절충안은 안전한 선택인가
전문가들은 청해부대 강화가 전쟁 연루를 피할 안전판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안보학자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이 집중 공격에 노출된 '킬박스'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뢰가 깔려 함정 진입 자체가 어렵고, 이란 해안선과 가까워 육지에서 날아오는 드론과 미사일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비전투 자산인 해상초계기조차 격추 위험을 안는다. 상선 호위 명분이라도 예상 못한 피해가 생길 여지가 크다.
이란은 이미 한국을 겨냥한 경고를 내놨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9월 7일 엑스(X)에 한글로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문구를 올리며,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적으로 주둔하는 것은 침략 행위 당사자를 직접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이란 내 한류 기반과 현지 교민의 안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반대편에는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처럼 어차피 기여해야 한다면 조기에 참여해 원하는 안건을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잃으면 동맹국 압박이 오히려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Analysts warn the strait is effectively a "kill box" where even non-combat assets risk being shot down, while Iran has issued a Korean-language warning that participation will carry consequ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