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 유예 한인 청년 4260명, 흔들리는 DACA 14년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서류 없는 재미 한인 드리머들. DACA 신분자 4260명과 서류 미비 한인 17만여 명의 삶이 잇단 법원 판결로 벼랑 끝에 섰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인 청년들이 왜 미국 밖으로 나가지 못할까?
한 살에 부모 품에 안겨 미국으로 건너온 뒤 그곳에서만 자란 한인 청년들이 있다. 케이팝을 즐기고 영어가 모국어지만, 서류가 없어 미국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추방 유예(DACA) 신분으로 버티는 한인 드리머는 약 4260명. 서류 미비 한인 이주자 전체는 17만3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잇단 법원 판결로 이들의 임시 보호막이 흔들리고 있다.

목차
DACA는 누구를 지켜주는 제도인가?
DACA는 2012년 오바마 행정부가 도입한 '아동기 입국자 추방 유예' 제도다. 미성년일 때 부모를 따라 서류 없이 미국에 들어온 청년에게 2년마다 갱신하는 조건으로 추방을 유예하고 취업 허가를 내준다. 이들을 흔히 '드리머'라 부른다. 시민권이나 영주권으로 가는 길은 아니지만, 합법적으로 일하고 학교에 다니며 운전면허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문제는 이 제도가 의회 입법이 아니라 행정명령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정권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임시방편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DACA is a 2012 executive program that shields undocumented youth brought to the U.S. as children, granting renewable two-year deportation deferrals and work permits, but it offers no path to citizenship.
왜 지금 드리머들이 벼랑 끝에 섰나?
2025년 1월 연방항소법원은 DACA를 위법으로 판결했다. 다만 기존 수혜자의 갱신은 당분간 유지하도록 효력 정지(stay)를 뒀다. 그 결과 지금은 기존 수혜자의 갱신 신청만 처리되고, 첫 신규 신청은 접수는 되지만 승인은 이뤄지지 않는 어정쩡한 상태다.
여기에 이민항소위원회(BIA)는 최근 "DACA 신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추방 재판을 취소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DACA 신분자라도 추방 재판에서 자동으로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신호다. 사건이 연방대법원으로 향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드리머들은 매 갱신 시점마다 신분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을 안고 산다.
A January 2025 appeals court ruling declared DACA unlawful while letting current recipients keep renewing, and a recent BIA decision signals that DACA status alone may no longer halt deportation proceedings.
숫자로 본 한인 드리머의 현실
한국 출신 DACA 수혜자는 2025년 9월 30일 기준 약 4260명이다. 2018년 7170명으로 아시아 국가 중 최대·전체 6위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꾸준히 줄었다. 서류 미비 한인 이주자 전체는 17만3000여 명으로 추산되며, DACA 적격 대상까지 넓히면 한인 드리머는 수만 명대에 이른다.
미국 전체로 보면 활성 DACA 신분자는 52만~55만 명 선이다. 부모를 따라 어릴 때 미국에 온 서류 미비 청년은 170만 명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갱신 수수료는 신청 방식에 따라 약 495~605달러이며, 유효 기간은 2년이다. 드리머들이 미국 경제에 기여한 규모와 이들이 납부한 세금은 각각 수백억 달러로 추정된다.
About 4,260 Korean nationals held active DACA status as of September 2025, down from 7,170 in 2018, within a nationwide pool of roughly 525,000–550,000 recipients who pay renewal fees of $495–$605 every two years.
앞으로 드리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DACA 사건은 다시 지방법원과 연방대법원을 오가며 표류하고 있다. 효력 정지가 언제 수정되거나 해제될지 불확실한 가운데, 근본 해법은 결국 의회 입법이라는 지적이 반복된다. 드리머에게 영주권이나 시민권 경로를 열어주는 법안은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당장은 기존 수혜자가 갱신을 놓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어책이다. 이민 전문가들은 신규 신청을 검토하는 이들에게 변호사와 상담해 다른 구제 수단을 함께 살피라고 권한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집'이라 부르는 나라에서 언제까지 임시 신분으로 살아야 하는지, 그 답은 여전히 정치의 몫으로 남아 있다.
With the case bouncing between district court and a possible Supreme Court review, a durable fix hinges on congressional legislation, while current recipients are urged to keep renewing and consult attorneys about alternative relief.
드리머 문제는 왜 매번 정치에 발목이 잡히는가?
이번 사안을 들여다보면, DACA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결국 '제도의 취약함'에 있다. DACA는 법률이 아니라 행정명령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법원의 판단이 뒤집힐 때마다 수십만 명의 삶이 통째로 흔들린다. 미국에서 태어나다시피 자란 청년들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부모의 선택을 짊어지고, 2년마다 신분 갱신 서류를 붙들고 불안에 떠는 구조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제도의 설계가 이들을 '임시 인간'으로 묶어두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인 사회의 관점에서 이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서류 미비 한인 이주자가 17만여 명, 그중 DACA로 버티는 청년만 4000명이 넘는다. 이들은 애틀랜타의 한인타운에서, 로스앤젤레스의 대학 캠퍼스에서 우리 이웃이자 동료로 살아간다. 케이팝을 즐기고 한국 편의점을 궁금해하면서도 정작 한국 땅을 밟아본 적 없는 이 청년들의 정체성은, 한국계 미국인 공동체가 오래 안고 온 '경계인'의 초상 그 자체다.
기자의 시각에서 보면, 이 문제의 반복되는 교착은 미국 이민 정치의 구조적 딜레마를 압축해 보여준다. 여론조사에서 드리머 구제에 대한 지지는 늘 높게 나타나지만, 포괄적 이민 개혁이라는 더 큰 정치적 셈법에 인질처럼 묶여 법안은 번번이 좌초됐다. 그사이 드리머들은 나이를 먹고, 학위를 따고, 세금을 내며 미국 경제에 수백억 달러를 보태왔다. 그럼에도 이들의 지위는 여전히 '유예'라는 두 글자에 갇혀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법원 판결이 아니라, 이 청년들을 완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정치의 결단이다. 그 결단이 늦어질수록, 미국에서 나고 자란 세대의 청춘은 계속해서 유통기한이 정해진 신분증에 저당 잡힌다.
DACA's fragility stems from resting on executive action rather than law, leaving hundreds of thousands—including over 4,000 Korean youth—trapped in perpetual limbo as comprehensive reform stays hostage to political gridl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