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영정사진 찍는다, 서울대 앞 허그 스튜디오
서울대 앞 영정사진 전문 허그 스튜디오에 청년 손님이 몰린다. 죽음을 찍어 오늘을 더 잘 살게 한다는 웰다잉 문화, 청년 자살예방 기부까지 짚는다.
청년들이 왜 영정사진을 찍으러 갈까?
서울대 관악캠퍼스 앞에 영정사진 전문 사진관 '허그 스튜디오'가 문을 열었다. 노인이나 환자가 아니라 20~30대 청년이 손님의 40%를 차지한다. 이곳은 영정을 '죽음을 찍는 사진'이 아니라 '오늘을 더 잘 살게 하는 사진'으로 재정의한다. 촬영 수익금은 전액 자살예방 단체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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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그 스튜디오는 어떤 곳인가?
허그 스튜디오는 지난해 9월 서울 관악구 대학가에 문을 열었다. 1층 벽면 현수막에는 "이런 'Young·情(영정)'은 아마 처음이실걸요?"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대학에서 영화와 사진을 전공하고 연기자를 꿈꾸기도 했던 김세규(활동명 세이큐·50) 작가가 운영한다. 그는 영정의 뜻을 "오늘을 더 생기 있고(Young) 따뜻하게(情) 살게 하는 사진"으로 새로 풀었다. 죽음을 미리 마주하는 행위가 역설적으로 지금의 삶에 충실하게 만든다는 발상이다. 실제로 촬영을 예약한 청년들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문득 삶의 방향을 점검하고 싶어 이곳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Hug Studio, a portrait shop near Seoul National University, reframes the funeral photo as an image that helps young people live today more fully.
왜 청춘이 영정 앞에 서는가?
전체 고객 열 명 중 네 명이 40대 이하 청년이다. 취업난과 경쟁, 관계의 피로에 지친 이들이 영정 카메라 앞에 앉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김 작가는 손님이 촬영 전 스스로에게 남길 말을 정리하고, 자신의 장례를 상상하며 지금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 떠올리게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청년이 눈물을 흘리고, 촬영을 마친 뒤에는 오히려 후련한 표정으로 돌아간다. 죽음을 연출해 보는 경험이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는 일종의 의식이 되는 셈이다.
Four in ten customers are under 40, using the shoot as a ritual to reset their life priorities.
숫자로 보면 무엇이 보이나?
이 현상의 배경에는 한국 청년의 정신건강 위기가 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이며, 2022년 통계청 자료에서 20대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은 10~39세 연령대의 사망 원인 1위다. 이런 상황에서 영정사진 프로젝트는 죽음을 금기로 밀어내는 대신 정면으로 이야기하며, 촬영 수익 전액을 자살예방 단체에 기부해 실제로 '사람을 살리는' 활동으로 이어진다.
Korea ranks first in OECD suicide rates, and suicide accounted for over half of deaths among people in their twenties in 2022.
웰다잉 문화는 어디로 향하나?
생전에 미리 찍어두는 영정사진은 과거에도 '장수사진'이라 불렸지만, 최근에는 죽음을 준비하며 현재를 더 잘 살자는 '웰다잉(well-dying)'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이 흐름에 합류하면서 영정 촬영은 노년의 준비가 아니라 청춘의 자기 성찰 도구로 의미가 바뀌고 있다. 죽음 교육, 유서 쓰기 워크숍, 임종 체험 같은 프로그램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삶의 유한함을 직시하는 경험이 청년 세대의 새로운 마음 챙김 방식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해외에서도 죽음을 편안하게 이야기하자는 '데스 카페(Death Cafe)' 모임이 여러 도시로 퍼지고 있어, 한국 청년들의 영정사진 열풍 역시 이런 글로벌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죽음을 삶의 반대편이 아니라 삶을 비추는 거울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정신건강을 돌보는 새로운 문화적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Pre-taken funeral portraits are evolving into a broader "well-dying" culture, now embraced by young Koreans as a tool for self-reflection.
청년 영정사진 열풍은 무엇을 말하는가?
허그 스튜디오 앞에 늘어선 청년들의 행렬은 단순한 유행 이상의 신호로 읽어야 한다. 영정사진은 원래 삶의 마지막에 놓이는 이미지다. 그것을 인생의 한복판에 서 있는 20~30대가 스스로 찾는다는 사실은, 지금 이 세대가 죽음을 얼마나 가까이 느끼며 살아가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취업의 문턱은 높아졌고, 관계는 얕아졌으며, 성공의 기준은 끝없이 위로 밀려 올라간다. 그런 압박 속에서 청년들은 오히려 죽음을 마주 앉는 방식으로 삶의 무게를 덜어내려 한다.
주목할 점은 이 현상이 절망의 표현이 아니라 회복의 시도라는 데 있다.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장례를 상상하고 마지막 말을 정리하는 과정은, 지금 무엇이 진짜 소중한지를 걸러내는 필터로 작동한다. 사소한 걱정과 남과의 비교가 죽음이라는 절대적 기준 앞에서 흐릿해지고, 정작 남는 것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김세규 작가가 영정을 '오늘을 더 잘 살게 하는 사진'으로 재정의한 것은 그래서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죽음을 응시하는 행위가 삶의 밀도를 높인다는, 오래된 지혜의 현대적 번역에 가깝다.
물론 이 트렌드만으로 청년 세대의 위기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OECD 자살률 1위라는 통계는 개인의 성찰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를 가리킨다. 그러나 죽음을 금기의 영역에 가둬두는 대신, 사진관이라는 일상의 공간으로 끌어내 함께 이야기하는 시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수익금 전액을 자살예방 단체에 돌리는 구조는 개인의 성찰을 사회적 연대로 확장한다. 영정사진 한 장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지친 청춘 한 사람이 내일을 다시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는 계기는 될 수 있다.
Young Koreans lining up for funeral portraits signal not despair but an attempt at recovery — confronting death to live today with greater inten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