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입 샤론 최, 탈북 영화 각본가로 돌아오다
기생충 오스카 통역으로 유명한 샤론 최가 한·덴마크 합작 탈북 영화 하나 코리아 공동 각본가로 복귀했다. 김민하 주연, 러시아 개봉 금지까지 짚는다.
봉준호의 입 샤론 최는 왜 각본가로 돌아왔을까?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통역으로 세계의 이목을 끈 최성재(샤론 최·33)가 이번엔 각본가로 스크린 뒤에 섰다. 그가 공동 각본을 맡은 한·덴마크 합작 영화 '하나 코리아'가 7월 8일 개봉한다. 탈북 여성의 남한 정착기를 다룬 이 작품은 5년간 30여 명의 탈북민을 인터뷰해 완성됐다. 화려한 사건이 아닌 개인의 정서적 여정에 초점을 맞췄다.

목차
샤론 최는 어떻게 세계적 주목을 받았나?
샤론 최는 1993년생 영화학도로, 전문 통역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는 2019년 칸 영화제부터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봉준호 감독의 통역을 맡아 '봉준호의 입'으로 불렸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오르던 그 시즌, 그는 레드카펫과 심야 토크쇼를 오가며 감독의 말을 뉘앙스까지 살려 전달했다. 영화매체 인디와이어는 그를 "오스카 시즌의 MVP"라 부르며 "다음엔 그가 자기 영화로 시상식에 서길 바란다"고 했다.
기생충의 오스카 레이스가 끝난 뒤 그의 행보는 오히려 조용했다. 봉준호 감독은 당시 "그녀는 완벽했고 우리 모두 그녀에게 의존했다"고 말했지만, 정작 최성재는 스포트라이트 대신 자기 작업으로 돌아갔다.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한 그는 단편 연출로 감독 데뷔를 준비해왔고,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롭게 오가는 언어 감각을 무기로 삼았다. '하나 코리아' 제작진이 영어·한국어에 능통한 각본가를 찾다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도 그 감각 때문이었다. 통역가에서 창작자로 넘어가는 그의 이동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 오랜 준비 끝에 서서히 무르익어 마침내 자연스럽게 이어진 결과에 가깝다.
Sharon Choi, the interpreter who became "Bong Joon-ho's voice" during Parasite's 2020 Oscar run, was hailed by IndieWire as the season's MVP. Now she returns as a screenwriter.
하나 코리아는 어떤 영화이고 무엇이 다른가?
'하나 코리아'는 덴마크 다큐멘터리 감독 프레드릭 쇨베르가 연출하고 샤론 최가 공동 각본을 맡은 장편 극영화다. 2019년 한국을 찾았다 탈북민에게 관심을 갖게 된 쇨베르 감독이 한국 시소픽쳐스, 덴마크 손탁픽쳐스와 손잡고 만들었다. 아픈 어머니의 약값을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는 양강도 출신 혜선을 중심으로, 탈북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보여준다. 샤론 최는 "화려하고 큰 이야기에 가려 있던 개인의 정서적 여정을 닻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Directed by Danish documentarian Frederik Sølberg and co-written by Choi, the film frames defection not as an escape but as the beginning of a lonelier struggle to belong.
숫자로 본 하나 코리아는?
이 영화는 순제작비 10억 원의 초저예산 작품이다. 그럼에도 출연진은 화려하다. '파친코'의 김민하가 주연 혜선을 맡고, '오징어 게임'의 김주령, 영화 '옥자'의 안서현 등 글로벌 무대에 소개된 배우들이 함께한다. 제작진은 5년에 걸쳐 탈북민 약 30명을 인터뷰했고, 그 증언에서 주인공들이 탄생했다. 샤론 최는 실제 탈북민들이 "정착 후 첫 5년이 외로움과 고립 때문에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Made on a lean 1 billion won budget, the film draws on five years of interviews with about 30 defectors and stars Pachinko's Kim Min-ha alongside Squid Game's Kim Joo-ryoung.
러시아 개봉 금지는 무엇을 뜻하나?
'하나 코리아'는 개봉 전부터 국제적 파장을 낳았다. 러시아 문화부는 이 영화를 'Leaving North Korea'라는 제목으로 4월 30일 개봉하려던 계획에 배급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거부 사유는 "연방법이 정한 그 밖의 경우"라는 모호한 조항이었다. 북·러 밀착이 깊어지는 국면에서, 탈북민 서사를 다룬 작품이 정치적 민감성을 건드린 것으로 해석된다. 예술 영화 한 편이 국가 간 외교 지형을 비추는 거울이 된 셈이다.
Russia denied "Hana Korea" a distribution license, citing a vague legal clause — a sign of how a small art film about defection now sits inside a larger geopolitical current.
통역가의 각본은 무엇을 증명하는가?
샤론 최의 이름 앞에는 늘 '봉준호의 입'이라는 수식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이번 '하나 코리아'는 그 수식을 스스로 지우려는 시도에 가깝다. 남의 말을 옮기던 사람이 이제 자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커리어 전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통역이라는 일은 본질적으로 타인의 언어와 감정 사이를 오가며 뉘앙스를 붙잡는 작업이다. 그가 각본가로서 탈북민의 내면, 특히 말로 다 옮기기 어려운 외로움과 죄책감의 결을 파고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통역 부스에서 단련된 감각이 그대로 각본으로 이어진 셈이다.
주목할 점은 이 영화가 택한 시선의 방향이다. 탈북 서사는 그동안 국경을 넘는 극적 순간, 즉 '무엇으로부터 탈출했는가'에 집중해왔다. 반면 '하나 코리아'는 '무엇을 향해 왔는가'를 묻는다. 도착 이후의 삶, 정착 첫 5년의 고립이 오히려 더 가혹하다는 증언은 우리 사회가 탈북민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스펙터클 대신 일상의 낯섦을 택한 이 선택은, 화려한 사건에 익숙해진 관객에게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남길 수 있다.
한·덴마크 합작이라는 형식도 곱씹을 만하다. 외부인의 시선과 내부인의 시선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익숙한 소재가 낯설게 다시 보인다. 순제작비 10억 원의 초저예산 영화가 파친코와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에 알려진 배우들을 품고, 러시아의 개봉 금지라는 정치적 파장까지 낳은 것은 이 작품이 지닌 힘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작은 영화 한 편이 예술과 외교, 개인과 역사의 경계를 동시에 건드리고 있다. 샤론 최의 다음 행보가 각본에서 연출로 이어질지, 그리고 인디와이어의 바람대로 언젠가 자기 영화로 오스카 무대에 설지 지켜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Choi's move from interpreter to screenwriter is more than a career pivot — it turns her trained ear for nuance toward the quiet ache of resettlement, proving a small film can touch art, diplomacy, and history at o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