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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꺼버린 시인 앤 카슨, 노벨문학상 품었다

캐나다 시인 앤 카슨이 2026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아이슬란드 부엌에서 전화를 끄고 있던 76세 고전학자, 15년 만의 시인 수상과 국내 판매량 184배 폭증까지 짚는다.

노벨문학상 전화를 꺼버린 시인은 누구인가?

캐나다 시인이자 고전학자인 앤 카슨(76)이 202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월 8일 발표에서 고전 전통과 유희적으로 대화하며 현대문학의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낸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정 이유로 들었습니다. 역대 123번째 수상자이자 여성으로는 19번째입니다. 수상 소식이 전해지던 순간 카슨은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부엌에서 크래커를 먹으며 걸려오는 전화를 계속 꺼버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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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왜 하필 아이슬란드 부엌에서 소식을 들었나?

카슨은 발표 직후 노벨상 측 예니 뤼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 아침을 담담하게 설명했습니다. 『런던 리뷰 오브 북스』를 읽으며 차를 마시다 바닥을 쓸어야겠다는 생각에 일어섰고 그때부터 전화가 계속 울렸다는 것입니다. 늘 하던 대로 전화를 껐지만 남편 로버트 커리가 다시 걸어보라고 권해 수상 소식을 처음 들었습니다. 2022년 아이슬란드 시민권을 얻어 캐나다와 아이슬란드 복수 국적자가 된 그는 지금 북극 쪽 바다가 보이는 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카슨은 극적인 이야기를 못 들려줘 미안하다며 여기는 그냥 평범한 하루라고 했습니다. 축하하는 방식도 조용했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으려 숲을 걷고 고요함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것이 그가 밝힌 계획이었습니다. 수상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고 자신의 수상이 좀 말도 안 되는 것 같다는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Carson learned of her Nobel win while eating crackers in a Reykjavik kitchen, having switched off the ringing phone as she always does. Her husband persuaded her to call back.

장르의 경계를 지운 글쓰기란 무엇인가?

카슨의 이력은 학문과 창작이 맞물린 궤적입니다. 1981년 고전학 박사학위 논문 『나는 미워하고 사랑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발표하고 1986년 그 논문을 토대로 첫 저서 『에로스, 달콤씁쓸한』을 펴냈습니다. 이후 시와 소설, 에세이, 번역을 넘나드는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논문이 에세이가 되고 시가 소설이 되는 방식 자체가 한림원이 평가한 새로운 형식이었습니다.

대표작 『빨강의 자서전』(1998)은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하는 그리스 신화 속 괴물 게리온을 현대의 상처받은 소년으로 되살린 운문 소설입니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친오빠를 기리며 만든 실험적 작업 『녹스』는 책의 물성 자체를 애도의 형식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영감을 주는 작가로 호메로스를 꼽은 카슨은 고전이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보다 우리가 고전 속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작품부터 읽어야 하느냐는 물음과 작가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그가 준 답은 같았습니다. 중간부터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A classicist by training, Carson turned her doctoral thesis into essays and Greek myth into verse novels. Her advice to new readers and aspiring writers is identical: start in the middle.

수상 발표 하룻밤에 서점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발표 직후 국내 서점가가 들썩였습니다. 예스24에서는 발표 이후 12시간 동안 팔린 카슨의 책이 전날 같은 시간대의 약 184배로 뛰었습니다. 교보문고 집계는 138.1배였습니다. 『빨강의 자서전』 한 종만 보면 예스24 기준 367배로 치솟아 8일 교보문고와 예스24 일간 베스트셀러 1위를 동시에 차지했습니다. 『녹스』가 그 뒤를 이었고 『남편의 아름다움』과 『에로스, 달콤씁쓸한』, 『짧은 이야기들』 순으로 판매가 몰렸습니다.

문제는 재고였습니다. 국내 번역 출간된 카슨의 책은 9종입니다. 난다가 『에로스, 달콤씁쓸한』과 『짧은 이야기들』 등 4종, 한겨레출판이 『빨강의 자서전』과 『남편의 아름다움』, 『레드 닥』 3종, 봄날의책이 『플로트』와 『녹스』 2종을 펴냈습니다. 주문이 폭주하며 출판사 보유 재고가 바닥났지만 한글날 연휴로 인쇄소가 멈춰 재인쇄와 배송은 12일부터 가능한 상황입니다. 노벨상 상금은 1200만 스웨덴크로나로 약 16억1000만원입니다. 카슨은 집이 필요한 친구가 한 명 있고 평소 국경없는의사회에 기부를 많이 한다며 상금을 나눌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Carson's Korean sales jumped 184-fold at Yes24 and 138-fold at Kyobo within half a day. Publishers sold out of all nine translated titles and cannot reprint until October 12 because of the Hangul Day holiday.

시가 다시 상을 받은 것의 의미는?

노벨문학상이 본격적인 시인에게 돌아간 것은 2011년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이후 15년 만입니다. 소설 중심으로 흘러온 흐름에서 시와 번역, 에세이를 한 몸으로 다루는 작가가 호명된 것은 문학의 형식 실험을 평가 기준에 다시 올려놓은 선택으로 읽힙니다. 2024년 한강 수상 당시 『작별하지 않는다』가 3422배, 『소년이 온다』가 784배 뛴 것과 비교하면 이번 증가 폭은 작지만 자국 작가가 아닌 번역 시인으로서는 이례적인 수치입니다.

카슨 본인은 독자층 변화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습니다. 아이슬란드 공영방송 RUV 인터뷰에서 출판사는 달라지길 바랄 것이라면서도 자신이 체감할 변화는 책 표지에 스티커가 붙는 정도라고 답했습니다. 오늘날 시의 역할을 묻자 지금은 시가 산문보다 더 유용할지 모른다며 더 빨리 읽히고 다들 바쁘니 기본적으로 짧아서 좋다고 했습니다. 호메로스는 짧지 않아 예외라는 농담도 잊지 않았습니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립니다.

Carson is the first poetry-centered laureate since Tomas Transtromer in 2011. She expects little to change beyond a sticker on her book covers; the ceremony takes place in Stockholm on December 10.

자주 묻는 질문

Q. 앤 카슨은 어떤 작가인가요? 195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고대 그리스·로마 문학을 연구한 고전학자입니다. 시와 소설, 에세이, 번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오래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돼 왔습니다. 2022년 아이슬란드 시민권을 취득해 캐나다·아이슬란드 복수 국적자입니다.
Q. 한림원이 밝힌 선정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전 전통과 유희적으로 대화하며 현대문학의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낸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라는 것이 공식 사유입니다. 고전 소재를 현대 이야기로 옮긴 데 그치지 않고 문학의 표현 형식 자체를 넓혔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Q. 어떤 작품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카슨 본인은 어디서 시작하든 상관없다며 중간부터 시작하라고 답했습니다. 판매 기준으로는 그리스 신화 괴물 게리온을 현대 소년으로 옮긴 『빨강의 자서전』이 가장 많이 팔렸고 오빠를 애도한 『녹스』가 그다음입니다.
Q. 국내에서 카슨 책을 바로 구할 수 있나요? 수상 발표 직후 주문이 몰려 출판사 재고까지 소진됐습니다. 한글날 연휴로 인쇄소가 쉬어 재인쇄와 배송은 10월 12일부터 진행될 예정입니다. 번역 출간된 9종은 난다·한겨레출판·봄날의책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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