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개편안 전면 재검토…李 대통령이 질타한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2026 세제개편안의 생산적 금융 ISA와 주가 누르기 방지법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혜택 축소에 서학개미와 여당까지 반발한 배경을 짚는다.
대통령이 세제개편안을 다시 짜라고 한 까닭은?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세제개편안에 담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과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새로 만든 '생산적 금융 ISA'가 국내 투자에만 파격 혜택을 몰아주면서 기존 ISA의 장점을 깎아내리자, 투자자는 물론 여당 안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정책의 취지와 설계가 어긋났다는 판단이 재검토 지시의 배경으로 꼽힌다.

목차
생산적 금융 ISA는 무엇을 바꾸려 했나?
정부는 지난 8월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국내 투자 전용 상품인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했다. 국내 상장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 국민성장펀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에 투자할 때 발생하는 이자·배당소득을 한도 없이 전액 비과세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계 자금을 국내 기업과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문제는 신상품에 혜택을 몰아주는 대신 기존 일반 ISA의 조건을 조였다는 점이다.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했던 계약기간이 최대 5년으로 제한됐고, 쓰지 못한 납입 한도를 다음 해로 넘기는 이월 제도는 폐지됐다.
The government created a domestic-only "productive finance ISA" with unlimited tax exemption on interest and dividends, while tightening the terms of the existing general ISA.
왜 투자자와 여당이 함께 반발했나?
개편안이 알려지자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와 청년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국내 투자에만 비과세 혜택이 집중되면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한 절세 통로가 사실상 막힌다는 불만이 나왔다. 기존 ISA의 계약기간 축소와 한도 이월 폐지도 장기 자산형성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비판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개편이 "장기투자를 통해 자산형성을 유도한다는 ISA 제도의 근본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정확하게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한 것이냐"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Retail investors in U.S. stocks and young savers pushed back, and even ruling-party lawmakers argued the change contradicts the ISA's original goal of long-term wealth building.
숫자로 보면 어떤 제도인가?
생산적 금융 ISA의 납입 한도는 연 2,000만원, 총 2억원으로 설계됐고 10년간 장기 납입할 수 있다. 특히 청년 우대 혜택이 눈에 띈다. 총급여 7,500만원(종합소득금액 6,300만원) 이하인 15~34세 청년 가입자는 납입금의 10%를 소득공제받을 수 있어, 연 2,000만원 한도를 채우면 최대 200만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함께 도마에 오른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수치가 구체적이다. 최대주주가 상속·증여세를 줄이려 기업가치를 고의로 낮췄다고 추정되면, 주식 평가액을 최소 30% 높여 세금을 매기는 방안이다. 최근 6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코스피 업종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는 저PBR 기업이 추정 대상에 포함된다.
The productive finance ISA allows up to 20 million won a year and 200 million won total over ten years, while the anti-price-suppression rule adds at least a 30% valuation premium for suspected cases.
재검토 이후 무엇이 달라질까?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로 두 제도 모두 원안대로 통과되기는 어려워졌다. 여당은 이미 상속·증여세법 개정을 별도로 추진하며 주가 누르기 방지 정부안을 손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ISA 역시 기존 가입자의 혜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보완이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국내 투자 유도'라는 정책 목표와 '투자자 선택권'이라는 현실 사이의 균형이다. 정부가 자본시장으로 자금을 끌어들이려는 취지 자체는 유지하되, 기존 제도의 장점을 훼손하지 않는 절충안을 찾는 것이 다음 과제로 남았다.
With the reconsideration order, neither measure is likely to pass as written, and the challenge now is balancing the push for domestic investment against savers' choices.
이번 재검토는 정책 설계의 무엇을 드러냈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세금 몇 푼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목표와 국민 정서 사이의 간극에 있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이라는 이름 아래 국내 자본시장으로 돈을 끌어들이려 한 취지 자체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 국내 증시의 저평가와 자금 이탈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국내 투자에 파격적인 비과세를 얹어 가계 자금의 물꼬를 돌리려는 발상은 그 자체로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새로운 당근을 내밀면서 기존에 쥐고 있던 것을 함께 빼앗았다는 데 있다. 계약기간 축소와 한도 이월 폐지는 이미 일반 ISA를 장기 자산형성의 수단으로 삼아온 투자자에게는 명백한 후퇴로 읽혔다.
특히 해외 자산에 투자해온 이른바 '서학개미'의 반발은 단순한 이기심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투자자에게 국내와 해외 중 어디에 돈을 넣을지는 수익률과 위험을 따진 선택의 결과이지, 정부가 세제 혜택으로 유도하거나 불이익으로 억누를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런 상황에서 국내 투자에만 혜택을 몰아주는 설계는 '선택의 자유를 세금으로 벌한다'는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여당 내부에서까지 비판이 나오고 대통령이 직접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했느냐"고 질책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책의 방향이 아니라 완성도와 소통의 문제였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의 반응을 충분히 시뮬레이션하지 않은 채 발표부터 서둘렀다는 인상을 남긴 것이다. 결국 이번 재검토는 좋은 목표도 설계가 거칠면 시장의 신뢰를 잃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세제는 숫자만이 아니라 국민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시켜 준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The episode shows the direction was defensible but the design was rushed, reminding us that even sound policy goals lose market trust when they punish investors' freedom of cho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