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키옥시아와 공동생산 가능"…SK 日 반도체 투자 검토
최태원 SK 회장이 키옥시아와 공동생산·R&D·공급망 협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AI발 메모리 부족 속 SK하이닉스가 일본을 유력 생산거점으로 검토한다.
최태원 회장은 왜 키옥시아 카드를 꺼냈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와의 공동생산을 "하나의 선택지"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공동생산에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과 공급망 공유까지 협력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AI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한국을 넘어 일본을 유력한 해외 생산거점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신호다. 세계 낸드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발언이라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목차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는 어떤 사이인가?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의 단순한 경쟁사가 아니라 사실상 최대주주에 가까운 이해관계자다. 키옥시아의 현재 최대주주는 특수목적회사(SPC)로, 지난 8월 도시바를 제치고 지분 14.19%를 확보했다. SK하이닉스는 이 SPC의 의결권 대부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를 들고 있어, 전환이 이뤄지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기존 합의에 따라 2028년까지는 키옥시아의 동의 없이 직·간접 의결권을 1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그래서 업계는 SK하이닉스를 키옥시아의 '사실상 대주주'로 평가한다.
SK hynix is effectively Kioxia's largest stakeholder through convertible bonds held in the special-purpose company that became Kioxia's top shareholder in August.
협력이 실패하면 어떻게 되나?
최 회장은 협력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조건을 분명히 했다. 그는 "키옥시아의 미래 전략에 SK하이닉스가 들어간다면 우리는 언제든 파트너가 될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키옥시아가 미국 샌디스크와 합작해 주력 제품을 생산하는 기존 구조를 감안한 발언이다. 그러나 협력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엔 선을 그었다. "더 이상 어떤 협력관계도 구축할 수 없다면 키옥시아에 대한 투자를 종료할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협력과 철수를 동시에 저울에 올린 셈으로, 키옥시아를 향한 일종의 압박 카드로도 읽힌다.
Chey signaled both cooperation and exit, warning SK could end its Kioxia investment if no partnership materializes.
숫자로 보면 시장은 얼마나 급한가?
최 회장은 데이터센터용 메모리가 현재 "20~30%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실제 시장은 이를 뒷받침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낸드 시장은 2026년 1분기 매출 46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90% 성장했고, 2분기 계약가격은 70~75% 추가 상승이 전망됐다.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는 이미 2026년 물량이 사실상 매진된 상태다. 점유율로 보면 2026년 2분기 낸드 출하량은 삼성전자 25%, SK하이닉스 22%, 키옥시아 14% 순이다.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를 합치면 삼성전자를 웃도는 규모가 된다.
NAND revenue hit a record $46B in Q1 2026, and SK hynix and Kioxia are already sold out for the year; combining their shares would top Samsung.
일본 투자는 정말 현실이 될까?
SK하이닉스가 일본을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반도체 제조장비와 소재·부품 업체가 밀집해 있고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일본을 "리스크와 문화 측면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후보지"라고 평가했다. 이미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공장 유치를 제안했고, 연내 구체적 투자 방침이 나올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여기에 SK그룹은 일본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의 M&A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키옥시아는 샌디스크와 함께 2032년까지 5조 엔을 투입하는 대규모 증설에 나선다. 협력과 경쟁이 뒤엉킨 일본 무대에서 SK가 둘 다음 수가 주목된다.
Japan's dense equipment and materials ecosystem makes it an attractive base, while Kioxia and SanDisk plan a ¥5 trillion expansion through 2032.
이 발언은 왜 단순한 협력 제안 이상인가?
최 회장의 이번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협력 의사를 밝힌 것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훨씬 복합적인 전략이 읽힌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전환사채를 통해 키옥시아의 사실상 최대주주 위치에 서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투자를 종료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우호적 파트너십의 손짓인 동시에 지분 지렛대를 활용한 협상 카드로도 해석된다. 협력과 철수라는 양극단을 한자리에서 꺼내 든 것 자체가 SK가 쥔 패의 무게를 보여준다.
주목할 대목은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의 관계가 경쟁과 동맹의 경계에 걸쳐 있다는 점이다. 두 회사는 낸드 시장에서 각각 2위와 3위를 다투는 라이벌이지만, 지분 구조상으로는 한 배를 탄 이해관계자다. 만약 양사의 협력이 실제 생산 단계까지 이어진다면, 삼성전자가 독주해온 낸드 시장의 판도는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 두 회사의 점유율 합산이 삼성을 넘어선다는 사실은 이 시나리오가 단순한 가정이 아님을 시사한다.
일본이라는 무대 선택에도 계산이 깔려 있다. 반도체 소재·장비 생태계가 촘촘한 일본은 안정적 생산거점인 동시에, 지정학적 공급망 다변화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부합한다. 한국 내 투자만으로 폭증하는 AI 메모리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최 회장의 현실 인식이, 결국 국경을 넘는 생산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연내 나올 구체적인 투자 방침이 이 거대한 퍼즐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Chey's remarks blend partnership and leverage: as Kioxia's de facto top stakeholder, SK signals cooperation while holding an exit card, and a Korea-Japan NAND alliance could reshape a market long dominated by Sam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