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하루 2–3건, 깊이로 승부제보·문의

LA Korea Report

한국을 LA의 시선으로, 깊이 있게 — 프리미엄 한국 전문 디지털 언론사
LA Korea Report
테크 & 산업

美 클래리티법 상원서 제동…한국 디지털자산기본법도 안갯속

미 상원이 클래리티법 절차 표결을 부결시키며 가상자산 시장구조 입법이 사실상 보류됐다. 미국 모델을 준거로 삼아온 한국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에도 변수가 생겼다.

미국 클래리티법은 왜 상원 문턱에서 멈춰 섰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지해온 포괄적 디지털자산 법안 클래리티법(CLARITY Act, H.R.3633)이 미 상원 본회의 절차 진입에 실패했다. 15일(현지 시각) 표결에서 필요한 60표를 채우지 못했고, 민주당 전원과 공화당 의원 4명이 반대편에 섰다. 가상자산 시장구조를 규정할 미국의 첫 연방 법안이 사실상 보류 상태에 들어가면서, 미국 제도를 준거 삼아 설계를 논의해온 한국 디지털자산기본법도 기준점을 잃었다.

clarity-act-senate-setback-infographic

목차

클래리티법은 미국 가상자산 규제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나?

미국의 디지털자산 입법은 두 축으로 굴러왔다. 하나는 2025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된 스테이블코인 규제법 지니어스법(GENIUS Act)이고, 다른 하나가 이번에 제동이 걸린 클래리티법이다. 지니어스법이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자격과 1대1 준비자산, 상환 의무를 다뤘다면, 클래리티법은 그보다 범위가 넓다. 어떤 토큰이 증권이고 어떤 토큰이 상품인지, 즉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가운데 누가 감독 권한을 갖는지를 가르는 시장구조 법안이다.

이 구분은 업계에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블록체인 자체에서 가치가 파생되는 자산을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해 CFTC 관할로 넘기면, 거래소와 발행사는 SEC의 증권 규제망에서 벗어난다. 하원은 이미 2025년 7월 법안을 통과시켰고 상원 은행위원회도 2026년 5월 수정안을 처리했다. 마지막 관문만 남은 상황이었다.

The CLARITY Act would decide whether the SEC or the CFTC regulates each digital asset — a jurisdictional question the industry has fought over for years. It cleared the House in July 2025 and the Senate Banking Committee in May 2026, leaving only the floor.

법안을 무너뜨린 것은 규제 체계가 아니라 윤리 조항이었나?

이번 부결의 원인은 SEC·CFTC 관할 배분이 아니었다. 민주당이 문제 삼은 대목은 공직자의 가상자산 보유를 다루는 윤리 조항이었다. 해당 조항이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에게는 실효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고, 민주당은 표결 몇 시간 전 대안을 제시했다가 철회했다. 조항을 손보려면 백악관의 재승인이 필요한 구조였던 탓에 협상 여지가 사라졌다.

공화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왔다. 수전 콜린스, 조시 홀리, 제리 모런, 톰 틸리스 의원이 민주당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 이 가운데 틸리스 의원의 표는 성격이 다르다. 그는 표결 막판 찬성에서 반대로 입장을 바꿔 재고 동의(motion to reconsider) 제출 자격을 확보했다. 미 상원 규칙상 표결에서 이긴 쪽에 투표한 의원만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결을 예상하고 절차적 퇴로를 열어둔 셈이다.

The bill collapsed over ethics language covering officials' crypto holdings, not the SEC-CFTC framework. Sen. Thom Tillis flipped his vote at the last minute to preserve the right to file a motion to reconsider.

표결 결과와 시장 충격은 어느 정도였나?

절차 표결은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마무리됐다. 통과에 필요한 60표에는 11표가 모자랐다. 반대표에는 민주당 상원의원 전원과 공화당 4명이 포함됐다.

시장은 표결 전부터 흔들렸다. 표결 당일 오전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코인베이스(COIN), 서클(CRCL), 로빈후드(HOOD) 등 가상자산 관련주가 3~5% 하락한 채 거래됐고, 부결이 확정되자 낙폭이 깊어졌다. 코인베이스는 10.1% 내린 172.11달러, 서클은 11.5% 빠진 86.25달러로 마감했다. 비트코인은 8만 달러 문턱에서 밀려 7만60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정치 자금 측면의 타격도 만만치 않다. 코인베이스가 2500만 달러를 출연하는 등 리플·a16z가 뒷받침해온 가상자산 슈퍼팩 페어셰이크(Fairshake) 연합은 7월 말 기준 1억2280만 달러의 실탄을 쥐고 있었다. 법안 공동발의자 22명 가운데 12명이 이 네트워크의 지원을 받았다. 수년간 수억 달러를 쏟아부은 로비가 첫 관문에서 되돌아온 것이다.

The procedural vote ended 49-50, eleven short of the 60 needed. Coinbase closed down 10.1% and Circle down 11.5%, while bitcoin slipped below $76,000.

한국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는 어디로 가나?

국내 입법 논의는 그동안 미국이 규제 체계를 어떻게 정착시키는지를 주요 비교 기준으로 삼아왔다. 지니어스법과 클래리티법을 나란히 놓고 국내 발행·유통 구조와 사업자 규율 체계를 설계하는 방식이었다. 미국이 시장구조의 큰 틀을 먼저 확정하면 그것을 참고해 세부를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었지만, 이번 부결로 참고할 완성본의 등장 시점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국내 쟁점도 정리되지 않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어디까지 열어줄지, 은행이 지분 50%+1주를 보유한 컨소시엄으로 제한할지를 놓고 금융당국과 업계의 시각이 갈린다.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로 묶고 예외적으로 34%까지 허용하는 방안도 재산권 침해 논란에 부딪혔다. 의결권 상한으로 대체하자는 절충안이 거론되는 이유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안에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지만, 정부·여당 통합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국의 지연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은 결국 순서다. 미국의 후속 논의를 지켜본 뒤 움직일 것인가, 아니면 자체 체계를 먼저 확정할 것인가. 미 의회 의원들이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워싱턴을 떠난 상황에서 전자를 택하면 국내 입법도 해를 넘길 공산이 크다.

Korean lawmakers had been using the U.S. framework as a reference point for their own Digital Asset Basic Act. With Washington stalled ahead of the November 3 midterms, Seoul must decide whether to wait or move first.

자주 묻는 질문

Q. 클래리티법은 완전히 폐기된 것인가? 아니다. 틸리스 의원이 재고 동의 제출 자격을 확보해 재표결의 절차적 통로는 남아 있다. 다만 재고 동의를 처리할 시점 역시 여야 협상에 달려 있고, 의원들이 중간선거 준비로 워싱턴을 비운 상태라 연내 처리 가능성은 낮게 평가된다.
Q. 지니어스법과 클래리티법은 어떻게 다른가? 지니어스법은 2025년 7월 18일 서명된 결제형 스테이블코인 법으로 발행 자격, 준비자산, 상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규정한다. 클래리티법은 아직 법이 아니며, 스테이블코인 외 디지털자산 전반의 증권·상품 구분과 감독 권한 배분을 다루는 시장구조 법안이다.
Q. 부결이 한국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당장의 규제 변화는 없다. 다만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미국 모델을 참고해 설계돼왔기 때문에, 기준으로 삼을 미국 법의 확정이 미뤄지면 국내 입법 일정과 세부 조항 설계가 함께 늦어질 수 있다.
Q.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논의의 핵심 쟁점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은행 중심의 엄격한 발행 요건을 둘 것인지, 비은행 사업자에게도 문을 열 것인지다. 은행이 지분 50%+1주 이상을 보유한 컨소시엄에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관련 기사

Tags
#tech#디지털자산기본법#clarity-act#스테이블코인#가상자산규제#crypto-regulation#금융위원회
본 기사의 정정·반론·문의는 [email protected] 으로 보내주십시오. 자체 생산 기사의 출처는 lakoreareport.com으로 통일하며, 정정 정책은 편집강령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