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호 첫 소집, 손흥민·이강인 뭉친 대표팀 재건 시작
월드컵 탈락 후 사상 첫 공개채용으로 선임된 모레노 임시 감독이 천안에서 첫 공개훈련을 열었다. 손흥민·이강인·김민재 등 30명이 A매치 4연전에 나선다.
모레노 감독의 첫 공개훈련, 한국 축구는 무엇을 보여줬나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9월 22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팬들을 초청해 첫 공개훈련을 열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진통을 겪어온 대표팀이 새 사령탑과 함께 공식적으로 팬들 앞에 선 자리였다.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 등 유럽파 주축이 속속 합류하며 소집 30명 가운데 29명이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회원 130명 선착순 모집은 0.04초 만에 마감됐다.

목차
모레노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지휘봉을 잡았나
대한축구협회는 9월 1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제7차 이사회를 열고 스페인 출신 로베르트 모레노(48)를 남자 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임했다. 남녀 A대표팀을 통틀어 사상 처음으로 공개채용 절차를 밟은 선임이었다. 서류 심사와 온라인 면접, 대면 미팅 순으로 진행됐고 감독과 코치진을 하나의 사단으로 묶어 평가했다.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밀실 논란이 경찰 수사로까지 번진 뒤였던 만큼, 협회로서는 절차적 정당성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일이 급했다.
선임 실무를 맡았던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은 모레노가 한국 축구의 현실을 깊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을 결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김천 상무의 운영 방식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준비가 철저했다는 것이다. 모레노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FC바르셀로나 수석코치로 9관왕에 기여했고, 2019년에는 루이스 엔리케의 뒤를 이어 스페인 대표팀을 맡아 유로 2020 본선행을 이끌었다.
Roberto Moreno, 48, was appointed interim head coach on September 1 through the Korea Football Association's first-ever open recruitment process. Officials cited his detailed grasp of Korean football, down to the workings of K League side Gimcheon Sangmu.
임시 감독 체제는 왜 논란의 대상인가
모레노의 계약은 11월 27일까지다. 9~10월 4경기와 11월 2경기, 모두 6차례 A매치가 그의 임기 전부다. 다만 협회는 이 6경기 성적을 중간 평가해 2027 AFC 아시안컵(사우디아라비아)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다. 아시안컵을 코앞에 두고 새 감독을 물색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려는 안전장치다.
문제는 감독으로서의 이력이다. 모레노는 2020년 모나코를 리그1 9위로 마친 뒤 경질됐고, 2021년 그라나다에서도 29경기 6승 10무 13패에 그치며 물러났다. 스페인 현지 언론이 "세 팀에서 모두 실패한 지도자가 한국 대표팀을 맡는다"며 놀라움을 표한 배경이다. 코치로서는 최고 평가를 받지만 사령탑 성적표는 물음표라는 평가가 국내외에서 동시에 나온다.
Moreno's deal runs only through November 27, covering six friendlies, though a clause allows an extension to the 2027 Asian Cup. Spanish media questioned the hire, pointing to his brief and unsuccessful stints at Monaco and Granada.
4연전 상대와 명단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나
대표팀은 9월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에콰도르와 맞붙고,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를 상대한다. 10월 2일에는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베네수엘라, 6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경기한다. 남미 강호 두 팀을 연달아 배치한 일정이다. 에콰도르는 FIFA 랭킹 25위로 한국(32위)보다 일곱 계단 위에 있고, 북중미 월드컵에서 독일을 꺾고 32강에 올랐다가 개최국 멕시코에 밀려 탈락했다. 우루과이는 랭킹 20위, 한국과의 역대 전적에서 10경기 1승 2무 7패로 앞서 있다.
9월 14일 발표된 30명 명단에는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손흥민(LAFC), 김민재(뮌헨), 황희찬(샬케) 등 기존 주축이 그대로 포함됐다. 동시에 인천 공격수 김건희, 김천 미드필더 박태준, 스코틀랜드 레인저스의 김민수가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K리거를 대거 호출하면서도 신예를 끼워 넣은 구성이다. 22일 훈련에는 29명이 참여했고, 유럽 일정을 소화하고 뒤늦게 들어온 손흥민과 유럽파 상당수는 자전거 타기 등 회복 훈련에 집중했다.
Korea face Ecuador (FIFA No. 25) and Uruguay (No. 20) before meeting Venezuela and Uzbekistan in October. Moreno's 30-man list keeps the European core intact while handing first call-ups to Kim Kun-hee, Park Tae-jun and Kim Min-su.
11월까지 모레노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훈련장 풍경은 이전과 달랐다. 코치진이 세션을 진행하는 동안 모레노는 한 발 물러나 선수들을 관찰했고, 상공에서는 전술 분석용 드론이 쉬지 않고 돌았다. 데이터 기반 접근을 전면에 내세우는 스페인식 방법론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다. 70분간의 훈련이 끝난 뒤에는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친필 사인 유니폼을 추첨으로 나눠주며 거리를 좁혔다.
국내에서 팬 초청 오픈 트레이닝이 열린 것은 지난해 11월 볼리비아·가나전 이후 10개월 만이다. 월드컵 참사와 협회 수사로 얼어붙은 여론을 감안하면 0.04초 만에 마감된 신청 열기는 의외의 신호다. 결국 모레노가 증명해야 할 것은 6경기 안에서의 결과와 방향성이다. 남미 강호 2연전은 곧바로 그 시험대가 된다.
Moreno stepped back and observed while his staff ran the session, with drones recording from above — a data-driven Spanish approach. Six matches are all he has to prove his case before the KFA decides on the Asian Cup.
0.04초 매진은 한국 축구에 무엇을 말하나
이번 오픈 트레이닝에서 가장 눈에 띈 숫자는 경기 기록이 아니라 0.04초였다. 일반회원 130명 자리가 그 짧은 순간에 동났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감독 선임을 둘러싼 경찰 수사, 협회 집행부를 향한 퇴진 요구가 줄줄이 이어진 여름을 지나온 직후다. 상식적으로는 냉소가 남아 있어야 할 시점인데 현장에 나타난 것은 정반대 신호였다. 팬들이 등을 돌린 대상은 대표팀 자체가 아니라 그 팀을 운영해 온 방식이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래서 협회가 사상 처음 공개채용이라는 절차를 꺼내 든 선택은 최소한의 값은 했다고 볼 수 있다. 서류와 면접, 대면 미팅을 거쳐 감독과 코치진을 한 묶음으로 평가한 과정은 그 자체로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다만 절차가 투명해졌다고 결과까지 보장되지는 않는다. 모나코와 그라나다에서 모레노가 남긴 성적표는 분명 불안 요소이고, 스페인 언론의 냉담한 반응도 근거가 없지 않다.
흥미로운 지점은 모레노가 훈련장에서 취한 자세다. 코치진에게 세션을 맡기고 자신은 한 발 물러나 선수를 관찰했으며, 드론으로 전 과정을 기록했다. 본인의 색깔을 곧바로 주입하기보다 현재 전력을 있는 그대로 측정하려는 태도에 가깝다. 임기가 6경기뿐인 감독이 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이기도 하다. 결국 남미 강호 2연전이 이 팀의 실제 좌표를 알려줄 것이고, 협회가 11월에 내릴 판단의 재료도 거기서 나온다. 팬들이 0.04초 만에 보낸 신호에 답할 시간은 두 달 남짓이다.
The most striking number of the day was not on the scoreboard but in the ticketing system: 130 fan slots sold out in 0.04 seconds. After a summer of World Cup failure and police investigations, that response suggests supporters turned on the federation's methods, not the team itself. Moreno now has roughly two months to justify the open-recruitment gam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