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 755억 고덕 신사옥, 3년 만에 백지화 수순
JYP엔터가 755억원에 사들인 고덕 신사옥 부지 사업을 3년 만에 접는 수순에 들어갔다. 20m 앞 공원용지 용도변경이 불러온 갈등의 전말을 짚는다.
JYP는 왜 755억짜리 땅을 두고 신사옥을 접으려 하나?
JYP엔터테인먼트가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짓기로 한 통합 신사옥 사업이 3년 만에 무산 위기에 몰렸다. 회사는 2023년 10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부터 고덕강일지구 부지 1만675㎡를 755억3600만원에 낙찰받고 지난 4월 건축허가까지 받아냈다. 그러나 신사옥 예정지에서 불과 20m 떨어진 공원용지가 개발 가능한 땅으로 바뀌면서 설계의 전제 자체가 흔들렸다. 설계를 맡은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JYP 측으로부터 사업 철수 입장을 전달받았다"며 전면 백지화로 가닥이 잡혔다고 밝혔고, JYP는 "향후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최종 철회를 공식화하지 않은 상태다.

목차
이 신사옥은 애초에 어떤 건물이었나?
JYP는 2018년 올림픽공원 앞 사옥으로 옮긴 지 5년 만에 통합 사옥 카드를 꺼냈다. 흩어진 조직을 한데 모아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였고, 부지 매입비와 공사비를 전액 보유 현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었다. 2024년 1월 진행한 설계 공모에는 헤더윅 스튜디오, UN스튜디오,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같은 해외 유명 사무소가 참여했고, 최종 당선작은 유현준건축사사무소가 가져갔다.
당선안은 건물 한가운데가 뻥 뚫린 중정형 구조였다. 바깥 시선을 차단해 소속 아티스트의 사생활을 지키면서, 저층부 공개공지에는 800석 규모 공연장과 포토존을 두어 주민·관광객에게 개방하는 설계였다. 연면적 6만9259㎡에 지하 5층~지상 17층. 강동구는 이 건물을 축으로 고덕비즈밸리를 문화·관광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JYP's planned Godeok headquarters was a courtyard-shaped complex designed by architect Yoo Hyun-joon, chosen over global firms including Heatherwick Studio and Zaha Hadid Architects. It was to include an 800-seat public venue.
공원용지 하나가 어떻게 사업을 흔들었나?
문제의 땅은 신사옥 예정지에서 20m 앞에 있는 1만3261㎡ 규모 공원용지다. 이 부지가 자족지원시설용지로 용도 변경되면서 용적률 400%가 적용됐고, 18~19층 건물이 들어설 길이 열렸다. 중정으로 시선을 차단하겠다는 설계는 바로 옆 고층 건물이 내려다보는 순간 무력해진다. 아티스트 사생활 보호라는 핵심 전제가 무너진 셈이다.
JYP가 곧바로 짐을 싼 것은 아니다. 유 교수에 따르면 회사는 두 가지 중재안을 냈다. 인접 부지에 6층 이하 층수 제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걸자는 안, 그리고 공원 위치를 조정하자는 안이었다. SH는 둘 다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교수는 "시민을 위한 공원 부지를 개발용지로 만들어 파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내년 농사지을 종자를 지금 배고프다고 밥 지어 먹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A 13,261-square-meter park lot just 20 meters away was rezoned for commercial use, allowing an 18-to-19-story tower that would overlook the courtyard. JYP proposed height caps and relocating the park; SH rejected both.
숫자로 보면 무슨 일이 벌어졌나?
땅값만 755억3600만원이다. 2023년 10월 낙찰 당시 JYP는 TKG태광, 반도건설과 3만2473㎡ 규모 용지를 공동으로 따낸 뒤 세 필지로 쪼개 각자 개발하는 방식을 택했다. 교통영향평가와 건축·경관 심의를 통과하고 건축허가를 받기까지 2년 반이 걸렸다.
역설적인 대목은 갈등의 불씨가 된 그 땅이 정작 팔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SH는 해당 자족지원시설용지를 1039억6600만원에 공고했지만 지원 기업이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 공원을 없애고 상업 개발 용지로 내놨는데 매수자는 나타나지 않고, 앵커 기업만 등을 돌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강동구는 고덕비즈밸리에서 9조원 경제효과와 3만8000개 일자리를 기대해왔고, 현재까지 18개 기업이 본사를 옮겼으며 JYP를 포함해 9곳이 사옥 건립을 추진 중이었다.
회사 사정도 넉넉하지 않다. JYP 주가는 올해 초 7만원대에서 8월 4만원선까지 밀렸다. 2분기 실적 부진, 트와이스 멤버 재계약 불확실성,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스트레이 키즈 군 입대 공백이 겹친 결과다.
The land cost 75.5 billion won, while the rezoned lot that triggered the dispute failed to sell even at its 103.9 billion won asking price, drawing zero bidders.
앞으로 어떻게 될까?
JYP는 아직 철회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건축허가를 이미 받아둔 만큼 설계를 손봐 강행하는 선택지도 남아 있지만, 사생활 보호라는 설계 의도를 되살리기는 어렵다. 부지를 되팔거나 다른 용도로 개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시장에서 인접 부지조차 유찰된 마당에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 교수는 SH가 해당 땅을 공원으로 되돌리고 학교 건립 재원은 다른 곳에서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용도 변경 절차가 끝난 이상 되돌리기는 쉽지 않고, 재공고를 통한 재매각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어느 쪽이든 고덕을 K팝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은 당분간 표류할 공산이 크다.
JYP has not formally withdrawn, leaving options of redesigning, reselling, or repurposing the site. Gangdong-gu's plan to build a K-pop hub around the headquarters now faces indefinite delay.
이 사건이 남긴 진짜 교훈은 무엇인가?
이번 일은 단순히 기획사 한 곳이 사옥을 못 짓게 된 사건으로 읽히지 않는다. 지자체와 공기업이 기업을 불러들일 때 내건 조건과, 그 기업이 실제로 땅을 산 뒤 마주한 조건이 달라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JYP가 755억원을 써서 확보한 것은 부지 그 자체만이 아니었다. 주변 환경, 특히 앞마당처럼 놓여 있던 공원이라는 전제가 함께 붙어 있었다. 건축 설계는 그 전제 위에서 설계 공모를 거쳐 완성됐다. 전제가 사후에 바뀌면 설계는 종잇장이 된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사옥은 일반 오피스와 성격이 다르다. 아티스트가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연습실과 이동 동선이 외부에 노출되면 그 자체로 안전 문제가 된다. 사생활 보호를 건물 구조로 풀어내는 설계가 나온 이유이고, 중정형 구조라는 선택이 나온 배경이다. 20m 앞에 18층 건물이 서면 이 설계는 기능을 잃는다. JYP가 층수 제한 가이드라인과 공원 위치 조정이라는 비교적 온건한 절충안을 먼저 꺼냈다는 사실은, 회사가 사업을 끝까지 끌고 가고 싶어 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더 아픈 부분은 결과다. 공원을 개발용지로 바꿔 내놓은 SH는 1039억원짜리 분양에서 지원 기업을 한 곳도 받지 못했다. 공원도 잃고, 매수자도 못 얻고, 이미 들어와 있던 앵커 기업까지 놓칠 처지가 됐다. 강동구가 고덕비즈밸리에 기대한 9조원 경제효과와 3만8000개 일자리 구상에서 JYP는 상징적 무게가 가장 큰 카드였다. 그 카드가 빠지면 뒤따라 사옥을 짓겠다던 기업들의 계산도 달라진다.
도시계획은 한 번 지우면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의 연속이다. 당장의 재원 확보를 위해 공공 공간을 처분하는 선택이 몇 년 뒤 어떤 청구서로 돌아오는지, 이번 사례가 꽤 선명한 답을 보여주고 있다.
This dispute is less about one company's building than about what happens when the conditions that attracted an anchor tenant change after the deal closes. SH lost the park, found no buyer, and may now lose JYP t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