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반지 1년 만에…김혜성, 다저스 밖으로 밀리나
한국인 야수 최초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의 주인공 김혜성이 1년 만에 다저스 전력 구상에서 밀려 트리플A에 머물고 있다. 트레이드가 답일까.
월드시리즈 반지의 주인공은 왜 트리플A에 있나?
한국인 야수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손에 넣은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LA 다저스 김혜성은 지금 메이저리그가 아닌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에서 기약 없는 콜업을 기다리고 있다. 초호화 선수층을 자랑하는 다저스에서 타격도 수비도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한 끝에, 사실상 전력 구상에서 밀려난 모습이다. 이제 관심은 다저스 잔류가 아니라 새 팀을 찾아야 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목차
깜짝 다저스행은 어떻게 시작됐나?
김혜성은 2024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다. 가장 적극적이었던 팀은 LA 에인절스로, 5년 2800만 달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혜성은 3년 보장 1250만 달러에 구단 옵션을 더해 최대 5년 2200만 달러 조건으로 다저스를 택했다. 출전 기회 대신 우승 반지에 도전할 수 있는 명문 구단을 고른 선택이었다.
다저스 내야에는 프레디 프리먼, 무키 베츠, 토미 에드먼 등 오랜 시간 빅리그를 호령한 이름들이 즐비했다. 김혜성에게 주어진 역할은 사실상 유틸리티 백업이었고, 그마저도 경쟁이 치열했다. 그럼에도 그는 2025시즌 71경기에서 타율 0.280, OPS 0.699, 3홈런 17타점을 남기며 월드시리즈 로스터에 승선했고, 토론토를 제압한 다저스와 함께 한국인 야수 최초로 우승 반지를 받았다.
Kim signed with the Dodgers over a larger Angels offer, betting playing time for a title — and won a World Series ring as a rookie.
1년 만에 전력에서 밀려난 이유는?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김혜성은 2026시즌 시범경기에서 타율 0.407을 기록하고도 타율 0.116의 알렉스 프리랜드에게 밀려 트리플A행을 통보받았다. 개막 직후 베츠의 복사근 부상으로 빠르게 복귀했지만, 43경기에서 타율 0.259, OPS 0.651, 1홈런 11타점에 그친 끝에 지난 5월 30일 다시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이 결정은 다저스가 유틸리티 내야수 산티아고 에스피날과 재계약을 맺으며 함께 이뤄졌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강등 사유로 "스윙이 변했고 헛스윙 비율이 늘었다"며 "하체 힘을 쓰지 못하고 플레이도 소극적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부정확한 송구도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혜성은 일반적인 내야수와 달리 언더핸드에 가까운 송구 동작을 쓰는데, 이 방식이 안정성에서 약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After hitting .407 in spring training, Kim was optioned again in late May as Roberts cited a broken swing, rising whiffs, and shaky throws.
숫자는 무엇을 말하나?
강등의 근거는 기록에 선명하게 드러난다. 김혜성의 헛스윙률은 4월 22.1%에서 5월 31.3%로 치솟았고, 삼진율도 26.1%까지 올랐다. 타석당 배럴 타구 비율은 3.2%에서 1.4%로 반 토막이 났다. 타구의 질과 콘택트 능력이 동시에 흔들린 셈이다.
트리플A 성적도 반등의 확신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7월 말 기준 트리플A 시즌 타율은 0.276, 출루율 0.345, 장타율 0.343, OPS 0.688로 빅리그를 압도하는 수치와는 거리가 있다. 7월 29일 라스베가스전에서는 2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무안타 3삼진에 그쳤고, 최근 7경기 타율은 0.158까지 떨어졌다. "더 보여줄 게 없다"는 평가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엇갈리는 애매한 구간이다.
Kim's whiff rate jumped to 31.3% before the demotion, and his Triple-A line of .276/.345/.343 hasn't forced the door back open.
트레이드가 정말 답일까?
이제 시선은 트레이드 시장으로 향한다. 전직 메이저리거 강정호는 김혜성이 구단에 직접 트레이드를 요청하는 편이 현명하다는 의견을 냈다. 유격수, 2루수, 외야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데도 다저스의 두꺼운 선수층에 가로막혀 출전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 핵심 논리다. 실제로 미국 현지에서는 유격수 고민이 깊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김혜성을 노려볼 만하다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관건은 시점과 명분이다. 트리플A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찍지 못한 상황에서 트레이드 가치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고, 다저스 역시 백업 자원을 굳이 헐값에 내보낼 이유가 없다. 계약 구조상 김혜성은 아직 저비용 통제 가능 자원이라는 점도 협상을 복잡하게 만든다. 우승 반지를 낀 채 벤치를 지키느냐, 주전으로 뛸 무대를 찾아 떠나느냐. 김혜성의 두 번째 메이저리그 시즌은 그 갈림길 위에 서 있다.
With Atlanta eyeing shortstop help, a trade could give Kim a starting job — but weak Triple-A numbers and team control make the timing tricky.
김혜성의 선택은 실패였을까?
돌이켜 보면 김혜성의 다저스행은 처음부터 위험을 감수한 도박이었다. 에인절스가 내민 5년 2800만 달러는 총액뿐 아니라 확실한 주전 자리까지 보장하는 제안이었다. 반면 다저스가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우승 가능성과 최고 무대에서 검증받을 기회뿐이었다. 김혜성은 돈과 출전 시간 대신 반지를 골랐고, 첫해에 그 선택은 완벽하게 보상받았다. 문제는 우승 이후다. 명문 구단의 두꺼운 선수층은 한 번 밀린 백업 자원에게 좀처럼 다시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이, 지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대목에서 곱씹어야 할 것은 김혜성의 성적이 '나쁘다'기보다 '애매하다'는 점이다. 트리플A 타율 0.276은 강등을 정당화할 만큼 처참하지도, 즉시 콜업을 강제할 만큼 압도적이지도 않다. 바로 이 애매함이 그를 가장 곤란한 위치에 몰아넣는다. 다저스는 굳이 로스터를 흔들 이유가 없고, 트레이드 시장에서도 그의 가치를 확신하기 어렵다. 결국 반등의 열쇠는 외부 변수가 아니라 김혜성 자신에게 있다. 로버츠 감독이 지적한 흔들린 스윙과 소극적인 플레이를 트리플A에서 확실한 숫자로 지워낼 때, 비로소 콜업이든 트레이드든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판이 움직일 것이다. 우승 반지는 과거의 증명이지 미래의 보증이 아니다. 김혜성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이력이 아니라, 다시 매일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냉정한 실력이다.
Kim's Triple-A numbers are neither bad enough to justify the demotion nor good enough to force a call-up — and that ambiguity, more than any front-office decision, is what he must break through him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