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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원에 돌리고 100원에 판다…전력시장 가격 왜곡 논란

송전망 공사로 강제 가동된 고원가 발전기를 가격 결정에서 빼는 예외 규정이 일상화됐다. 가스요금 52% 급등에도 도매가격은 kWh당 29원 급락한 전력시장 왜곡 구조를 짚었다.

발전 원가는 오르는데 도매가격은 왜 떨어졌나?

송전망 공사를 이유로 강제 가동된 고원가 발전기를 전력도매가격(SMP) 결정 자격에서 빼는 예외 규정이 일상화됐습니다. 올해 발전용 가스요금이 52% 폭등했는데도 지난달 도매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29원 급락했습니다. 현장에서는 150원짜리 발전기가 돌아가는데 가격은 100원으로 매겨지는 셈입니다. 피해는 도매가격에 연동해 정산받는 태양광 사업자와 원가를 낮춘 민간 발전사에 쏠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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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경제급전 원칙은 어떻게 작동해야 하나?

한국 전력도매시장은 가장 비싼 발전기의 생산 원가에 맞춰 시장가격이 결정되는 경제급전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전력망 사정 탓에 발전단가가 비싼 화력발전소를 추가로 돌려야 한다면 그 비용이 도매가격에 정직하게 반영돼 가격이 올라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전력거래소는 하루 전 발전계획에서 송전망 혼잡으로 강제 가동된 발전기의 가격 결정 자격을 박탈하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국소적인 전력망 문제가 전국 가격을 과도하게 밀어올리지 못하게 막겠다는 취지였고 당초에는 태풍 같은 비상 상황이나 열흘 이상 이어지는 대규모 공사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했습니다.

Korea's wholesale power market is designed so the costliest running generator sets the price, but a rule exempting grid-constrained plants from price-setting was meant only for emergencies and long outages.

이틀짜리 공사가 왜 시장 전체를 흔드나?

전력망 부족이 심해지자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이틀짜리 단기 공사로 돌아간 발전기까지 가격 결정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대폭 완화했습니다. 비상 조치여야 할 예외가 상시 장치로 굳어진 것입니다. 지난달 8일 한국전력이 9~10일 신가평 변전소 공사를 등록하자 수도권 고원가 발전기들의 가격 결정 자격이 무더기로 박탈됐고 9일 낮 도매가격은 전날보다 56원 폭락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날 공사는 취소됐습니다. 서류상 계획 하나로 가격이 요동쳤지만 확정된 도매가격은 사후에 되돌릴 장치가 없어 태양광 사업자와 민간 화력발전사가 손실을 떠안았습니다.

A rule change last year extended the exemption to two-day maintenance windows. One registered-then-cancelled substation job knocked 56 won off the daily price with no mechanism to correct it.

숫자는 무엇을 말하고 있나?

강제 가동됐으면서 가격 결정 자격을 잃은 고원가 발전소는 2022년 하루 평균 17.8곳에서 올해 9월 30.7곳으로 1.7배 늘었습니다. 육지 기준 월평균 SMP는 8월 147.88원에서 9월 116.74원으로 내려앉았고 월초 160원대에서 90원대까지 밀렸습니다. 올해 1~9월 중 266일, 즉 99%에 해당하는 기간에 LNG 발전기가 계획보다 일평균 2.6GW 초과 가동됐지만 하루 전 계획만 기준으로 삼는 제도 탓에 실시간 투입 물량은 가격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강제 가동된 고원가 발전기는 연료비 부족분을 변동비보전정산금으로 사후에 메워받습니다.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화력발전에 지급된 제약 관련 정산금은 19조7844억원에 달합니다.

Grid-constrained plants stripped of price-setting rights rose from 17.8 to 30.7 per day since 2022, while constraint payments to thermal plants have reached 19.8 trillion won since 2020.

제도 개편은 어디로 가나?

정부는 수도권·비수도권·제주로 권역을 나누는 지역별 도매가격제(LMP)를 올해 말 시행 목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사 제약 발전기라도 최소 운전 용량을 초과한 추가 발전 물량에는 가격결정권을 주는 방안을 전력거래소와 검토하면서 LMP 도입과 병행해야 왜곡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실제 계통 운영 실적을 반영해 도매가격을 사후 정정·정산하는 장치가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15분 단위 실시간 시장을 조기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제주는 2024년 6월부터 15분 단위 실시간시장과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돌리며 전국 확대의 시험대가 되고 있습니다. 전력망 정보 투명성 논란도 함께 번져 태양광 사업자들과 기후솔루션은 정부의 계통정보 공개 기준 미제정을 문제 삼아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The government is pushing locational marginal pricing for later this year, while experts call for after-the-fact price corrections and a 15-minute real-time market already piloted in Jeju since June 2024.

가격 신호가 망가지면 무엇이 무너지나?

이번 논란의 본질은 전기요금을 올리느냐 마느냐가 아닙니다. 시장이 보내야 할 신호가 행정 판단에 가려 지워졌다는 점입니다. 도매가격은 지금 전력망이 얼마나 빠듯한지, 어느 지역에 발전소가 더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유일한 공용 언어입니다. 그 신호가 송전망 공사 등록이라는 서류 한 장에 56원씩 출렁인다면 투자자는 무엇을 보고 수십 년짜리 설비 투자를 결정해야 할까요. 가격이 원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시장에서 합리적 자본 배분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더 뼈아픈 대목은 비용을 떠안는 주체와 보전을 받는 주체가 정반대라는 사실입니다. 송전 제약으로 억지로 돌아간 고원가 발전기는 변동비보전정산금으로 연료비를 되돌려받습니다. 반면 가스를 직도입해 원가를 낮춘 고효율 민간 발전사와 도매가격에 연동해 정산받는 태양광 사업자는 자신이 만들지 않은 제약의 비용을 떠안습니다. 효율을 높이고 탄소를 줄인 쪽이 손해를 보는 구조라면 어떤 사업자도 다음 투자에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와 시장 설계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외 규정 자체를 악의적 설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국소적 혼잡이 전국 가격을 끌어올리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는 타당했습니다. 문제는 전력망 부족이 구조화되면서 비상용 장치가 상시 장치로 눌러앉았다는 점입니다. 2022년 하루 17.8곳이던 적용 대상이 올해 30.7곳으로 늘어난 숫자가 그 변질을 보여줍니다. 제도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현실이 이미 넘어섰습니다.

해법의 방향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사후 정정 장치로 서류상 계획과 실제 운영의 괴리를 메우고 15분 단위 실시간 시장으로 가격 결정 주기를 현실에 맞추는 일입니다. 제주에서 2024년부터 돌아가는 실시간시장이 참고할 만한 선행 사례입니다. 여기에 송전선로 공사 내역과 혼잡도 같은 계통운영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어떤 개편안도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태양광 사업자들이 헌법소원까지 들고 나온 배경에는 숫자를 검증할 길이 막혀 있다는 좌절이 깔려 있습니다. 투명성은 개편의 부수 조건이 아니라 전제입니다.

The deeper problem is not the price level but the broken signal: operators who cut costs and carbon absorb losses while constrained high-cost plants recover fuel bills through side payments, pointing reform toward after-the-fact corrections, a real-time market and grid data disclosure.

자주 묻는 질문

Q. SMP가 떨어지면 소비자 전기요금도 내려가나요? 도매가격 하락이 곧바로 소매요금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한국전력의 전력 구입비 부담이 줄어 단기 실적에는 도움이 되지만 증권가는 억눌린 SMP가 정상화되면 비용 압박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Q. 변동비보전정산금은 어떤 돈인가요? 발전기가 계획보다 더 가동돼 연료비가 도매가격 수입을 넘어설 때 그 차액을 사후에 보전해 주는 정산 항목입니다. 비싼 발전기는 원가를 회수하지만 가격 신호 자체는 낮게 유지되는 구조를 만듭니다.
Q. 태양광 사업자가 특히 피해를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다수 태양광 사업자는 도매가격에 연동해 정산받습니다. 가격 결정 자격 박탈로 SMP가 내려가면 발전량이 그대로여도 수익이 줄고 사후 보전 장치도 없습니다.
Q. LMP가 도입되면 문제가 해결되나요? 송전 혼잡을 가격에 직접 반영하는 만큼 예외 규정에 의존할 필요가 줄어듭니다. 다만 권역별 가격차를 둘러싼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남아 있어 실시간 시장과 정보공개 제도가 함께 갖춰져야 효과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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