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숙적 왕즈이 꺾고 세계선수권 결승행…3년 만의 왕좌 도전
안세영이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왕즈이를 2-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부상 복귀 무실세트 행진, 디펜딩 챔피언 야마구치 아카네와 정상을 다툰다.
안세영은 어떻게 숙적 왕즈이를 넘어 결승까지 왔나?
'셔틀콕 여제' 안세영이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3위 왕즈이(중국)를 게임스코어 2-0(24-22, 21-16)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왕즈이는 지난 3월 전영오픈 결승에서 안세영에게 올 시즌 유일한 패배를 안긴 상대다. 왼발 부상으로 한 달간 재활한 뒤 복귀한 안세영은 이번 대회 무실세트 행진을 이어가며 3년 만의 세계선수권 왕좌 탈환에 단 한 걸음만 남겨뒀다. 결승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2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다.

목차
부상 복귀 후 첫 메이저, 무엇이 걸려 있었나?
세계선수권대회는 하계 올림픽과 함께 배드민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메이저 대회로 꼽힌다. 안세영은 2023년 코펜하겐 대회에서 한국 배드민턴 단식 사상 첫 우승이라는 역사를 썼지만, 지난해 파리 대회에서는 4강에서 천위페이(중국)에게 패해 동메달에 머물렀다. 올 시즌 말레이시아·인도·싱가포르·인도네시아 오픈 등 5개 대회를 휩쓸며 압도적 1위를 지키던 안세영은 지난달 일본오픈 도중 왼발 통증으로 기권하고 이후 국제대회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한 달간 재활에 전념했다. 이번 뉴델리 대회는 그 복귀 무대이자, 3년 만의 정상 탈환이 걸린 승부처였다.
The World Championships is badminton's most prestigious event alongside the Olympics. An Se-young, the 2023 champion, returned from a month-long foot injury rehab to chase her second world title in New Delhi.
전영오픈 패배를 안긴 왕즈이, 어떻게 설욕했나?
안세영은 왕즈이와의 역대 상대 전적에서 20승 5패, 최근 13경기에서는 12승 1패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유일한 1패가 지난 3월 전영오픈 결승이었고, 이는 올해 안세영의 유일한 패배이기도 했다. 22일 밤 인도 뉴델리 인디라 간디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준결승 1게임은 그야말로 혈투였다. 왕즈이가 부상 이후 무뎌진 안세영의 발놀림을 겨냥해 대각 스매시로 9-7 리드를 잡았지만, 안세영은 특유의 끈질긴 수비로 범실을 유도하며 흐름을 되찾았다. 19-19에서 게임포인트를 먼저 내주고도 대각 스매시와 정교한 헤어핀으로 듀스를 만들었고, 접전 끝에 24-22로 1게임을 따냈다. 기세를 탄 안세영은 2게임 중반 체력 우위를 앞세워 11-11에서 3연속 득점으로 승기를 굳혔다.
An avenged her only 2026 loss, the All England final defeat to Wang Zhi Yi, surviving a 24-22 first-game thriller before pulling away 21-16 in the second.
숫자로 본 안세영의 시즌, 얼마나 압도적인가?
안세영의 올 시즌 성적은 사실상 무결점에 가깝다. 시즌 5개 대회 우승에 패배는 전영오픈 결승 단 한 번뿐이다. 왕즈이전 통산 전적 20승 5패, 이번 대회에서는 준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8강에서는 세계랭킹 5위 한웨(중국)를 40분 만에 2-0(21-19, 21-12)으로 제압했다. 결승 상대 야마구치 아카네와는 통산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올해 6월 싱가포르 오픈과 인도네시아 오픈 결승에서 연달아 격파하는 등 최근 5연승을 달리는 중이다. 야마구치가 인도네시아 오픈 패배 직후 "안세영은 붙을 때마다 강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An's 2026 record is near-flawless: five titles, one loss, and zero sets dropped this tournament, including a 40-minute quarterfinal rout of world No. 5 Han Yue. She rides a five-match win streak against final opponent Akane Yamaguchi.
야마구치와의 결승,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결승은 23일 오후 뉴델리에서 열린다. 야마구치 아카네는 지난해 파리 대회에서 천위페이를 꺾고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으로, 통산 세 번째 세계선수권 정상을 노린다. 관건은 안세영의 몸 상태다. 무실세트 행진에도 불구하고 방향 전환 시 이따금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포착됐고, 본인도 "통증이 있지만 조절 가능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랠리를 길게 끌고 가는 야마구치의 스타일상 체력전과 풋워크 싸움이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안세영이 우승하면 2023년 코펜하겐 이후 3년 만에 세계선수권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되며, 다음 달 개막하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최상의 탄력을 얻게 된다.
The final against defending champion Yamaguchi hinges on An's foot condition and footwork in long rallies. A win would deliver her second world title, three years after Copenhagen.
이번 결승행이 단순한 성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이번 준결승 승리에서 주목할 대목은 스코어가 아니라 경기를 풀어낸 방식이다. 안세영은 부상 이전처럼 코트 전면을 지배하는 압도적 기동력 대신, 수비로 랠리를 버티며 상대의 범실을 유도하는 노련한 운영을 택했다. 왕즈이가 처음부터 안세영의 발을 노리고 대각 스매시를 집중시켰다는 점은 이미 상대 진영이 그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노림수를 정면으로 받아내고도 듀스 접전을 뒤집어냈다는 사실은, 안세영의 경쟁력이 신체 능력만이 아니라 경기 읽기와 승부처 집중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달의 공백이 남긴 흔적도 분명히 존재한다. 방향 전환에서 드러난 미세한 부자연스러움은 결승에서 야마구치 아카네가 파고들 첫 번째 표적이 될 것이다. 야마구치는 랠리를 길게 끌며 상대 체력을 소모시키는 유형이라, 왼발에 부담이 누적된 안세영에게는 가장 까다로운 상대 유형이기도 하다. 최근 5연승이라는 상대 전적의 우위가 심리적 완충재는 되겠지만,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상황에서의 맞대결은 과거 데이터와는 다른 계산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안세영은 기권과 재활이라는 시즌 최대 위기를 한 달 만에 수습하고, 복귀 무대에서 곧바로 메이저 결승까지 도달했다. 이는 다음 달 개막하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한국 배드민턴 전체에 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결승 결과와 무관하게, 부상 관리와 경기력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지금의 과정 자체가 안세영의 커리어에서 가장 성숙한 국면이라 할 만하다.
Beyond the scoreline, An's semifinal showed a matured game built on defense and clutch composure rather than raw mobility — a promising sign ahead of both the final and next month's Asian Ga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