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 조코비치, US오픈 1회전 첫 탈락…전설의 균열
테니스 전설 노바크 조코비치가 39세에 US오픈 1회전에서 25위권 나보네에게 무너졌다. 20년 만의 메이저 첫날 탈락, 25번째 그랜드슬램 도전은 또 미뤄졌다.
조코비치는 왜 US오픈 첫날 무너졌나?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 노바크 조코비치가 2026 US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세계 49위 마리아노 나보네에게 무릎을 꿇었다. 4시간 36분에 걸친 다섯 세트 혈투 끝에 2-3으로 패했다. 20년 만의 메이저 첫날 탈락이자, US오픈에서는 생애 처음 겪는 1회전 패배다. 25번째 그랜드슬램을 향한 39세 노장의 도전은 또 한 번 다음으로 미뤄졌다.

목차
20년간 무너지지 않던 벽은 어떻게 세워졌나?
조코비치는 2005년 US오픈에 처음 출전한 이래 단 한 번도 1회전에서 패한 적이 없었다. 4대 메이저 전체로 넓혀도 그가 첫 경기에서 진 것은 2006년 호주오픈이 마지막이었다. 그사이 조코비치는 메이저 첫 경기에서만 78연승이라는, 오픈 시대 남자 선수 최장 기록을 쌓았다. 이번 뉴욕에서의 패배는 그 20년짜리 벽이 처음으로 갈라진 순간이었다.
Djokovic had never lost a US Open opener since his 2005 debut, and his 78-match first-round win streak at majors was the longest of any man in the Open era.
무엇이 전설의 몸을 배신했나?
이번 경기에서 조코비치를 무너뜨린 것은 상대의 위력만이 아니었다. 그는 마지막 두 세트 동안 코트 곁에서 여러 차례 구토했고,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첫 세트 타이브레이크를 내준 뒤 2, 3세트를 따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체력이 급격히 무너진 4·5세트를 2-6, 1-6으로 헌납했다. 25세의 젊은 도전자 나보네는 전설의 이름 앞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Djokovic vomited courtside and appeared in severe pain in the final two sets, fading badly to lose the last two 6-2, 6-1 against the unintimidated 25-year-old.
숫자로 보면 이 패배는 얼마나 큰가?
이번 패배로 조코비치는 남녀 통틀어 메이저 최다 25회 우승 도전을 또다시 미뤘다. 그는 여전히 마거릿 코트와 함께 24회로 이 부문 공동 1위를 지키고 있다. 동시에 그는 ATP 랭킹 10위 밖으로 밀려나게 됐는데, 이는 2018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승자 나보네는 2001년생 아르헨티나 선수로, 커리어 최고 랭킹은 2024년 6월의 29위, 올해 티리악 오픈에서 생애 첫 ATP 투어 단식 타이틀을 거머쥔 신예다.
The defeat delayed Djokovic's bid for a record 25th major, will push him outside the Top 10 for the first time since July 2018, and handed Navone one of the biggest wins of his young career.
은퇴인가, 반격인가?
39세라는 나이는 이제 조코비치의 최대 적수가 됐다. 그는 올해 초 2026 호주오픈 결승에서 22세 카를로스 알카라스에게 패해 준우승에 그쳤고, 25번째 그랜드슬램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고 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신호는 이번 뉴욕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이 충격을 딛고 내년 호주오픈에 다시 도전할지, 아니면 은퇴라는 결단을 내릴지가 앞으로 테니스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At 39, Djokovic faces a crossroads after losing the 2026 Australian Open final to Alcaraz, and the tennis world now waits to see whether he chases a 25th major or steps away.
이 패배는 한 시대의 무엇을 말해주는가?
조코비치의 이번 1회전 탈락을 단순한 이변으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 것이다. 스코어보드에 찍힌 2-3이라는 결과보다 더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20년간 단 한 번도 갈라지지 않았던 벽이 마침내 금이 갔다는 상징성이다. 조코비치가 코트 곁에서 여러 차례 구토하며 통증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던 장면은, 정신력으로 육체의 한계를 억눌러 온 이 선수조차 나이 앞에서는 예외가 아님을 잔인하게 보여줬다. 첫 두 세트를 내주고도 역전의 실마리를 잡았다가 마지막 두 세트를 각각 2-6, 1-6으로 헌납한 흐름은, 기술이 아니라 체력이 승부를 갈랐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
주목할 대목은 상대가 누구였느냐다. 세계 49위 나보네는 조코비치가 전성기에 상대했다면 세트조차 내주지 않았을 법한 도전자다. 그러나 2001년생의 이 젊은 선수는 전설의 이름값에 조금도 눌리지 않았고, 오히려 긴 랠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노장의 체력을 갉아먹는 정공법으로 승부를 걸었다. 세대교체가 결과가 아니라 방식으로 드러난 순간이다. 올해 초 호주오픈 결승에서 22세 알카라스에게 무릎을 꿇은 데 이어, 조코비치는 이제 톱10 밖으로까지 밀려나며 '군림하는 자'에서 '도전받는 자'로 위치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럼에도 이 패배를 몰락으로 단정하기엔 이르다. 조코비치는 24회 그랜드슬램이라는, 사실상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금자탑 위에 서 있고, 25번째 우승이라는 단 하나의 숙제만을 남겨두고 있다. 문제는 그 숙제를 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번 뉴욕에서의 좌절이 은퇴를 향한 마지막 신호일지, 아니면 다시 한번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노장의 오기를 자극하는 도화선이 될지는 오롯이 조코비치 자신에게 달렸다. 확실한 것은,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이번 US오픈 첫날의 패배가 한 시대의 저물녘을 알리는 장면으로 오래 기억되리라는 점이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은, 이런 노장의 황혼이 조코비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축구의 호날두와 메시가 그러했듯, 오랜 세월 종목을 지배해 온 상징들은 이제 하나둘 무대 뒤편으로 향하고 있다. 절대적 기량이 서서히 저물어도 팬들이 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승패를 넘어선 서사의 무게 때문이다. 조코비치의 이번 패배 역시 그 서사의 한 장으로 편입될 것이며, 그가 라켓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코트 위 모든 경기는 결과와 무관하게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전설의 마지막 장을 지켜보는 일, 그것이 지금 테니스 팬들에게 주어진 특권이자 아쉬움이다.
Djokovic's first-round exit is less an upset than a symbol of time catching up with a legend—yet with 24 majors already secured, the question is not his legacy but whether he still has the will, and the body, to chase one final title.